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노트 Nov 10. 2024

서울개 Ep.6

하늘달리기

해가 뜨기도 전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주인은 늘 물과 함께 무언가를 삼켰다. 주인을 따라 나도 물을 먹었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주인은 무척 걸음이 느렸다.

그 속도에 맞춰 천천히 적막한 마을을 한 바퀴 았다.

빌딩숲이 아닌 진짜 숲이 있던 마을.

주인은 몇 걸음 거다가 멈추고 숨을 깊게 쉬었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려보았다. 그럴 때면 늘 주인은 애써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나의 걱정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주인의 걸음이 점점 더 느려지고 있음을.

주인의 한숨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서울에서 새로 맞은 가족들은 힘차게 걸었고, 계단도 쉽게 오르내렸다.

나는 달리지 못하는 개였다. 달리기를 어찌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서울주인들은 나를 데리고 자꾸 달렸다. 어찌 쫓아가야 할지 몰라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숨이 차올라  헐떡거리면서도 네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주인을 따라갔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는 점프를 하고 있었다.

네다리를 모았다가 앞다리를 앞으로 쳐들고, 뒷다리를 뒤로 차니 더 멀리 나갈 수 있었다. 단숨에 아이를 따라잡았다.

주인과 아이가 박수를 치며 엄지 척을 하고 있다.

이제 나도 달릴 수 있는 개가 되었다.


따뜻한 햇살이 거실 가득 따사로움을 비추던 날.

가족들은 나를 또 차에 태웠다.

창밖을 바라보며 차에서 흘러나온 음악소리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내 도착한 곳은 넓은 풀밭이 펼쳐진 곳이었다.


가족들은 짐들을 내려 그늘진 나무 아래 풀밭에 자리를 고 앉았다. 먹을 것을 꺼내 먹는다. 나도 뭐 얻어먹을 게 없나 코를 킁킁거리며 얌전히 앉아 기다린다. 역시 내가 먹을 간식도 있다. 풀밭을 뛰노는 다른 개가 보인다. 평화롭게 노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다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넓은 풀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나와 아이는 달리기 시합을 했다. 한쪽 끝에 남자주인이 다른 한쪽 끝에 여자주인이.. 보일동 말동 서있다. 나는 여자주인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아이와 엎치락뒤치락 시합을 하며 속도를 내본다.

힘차게 더 힘차게,

높이 더 높이.


저 멀리 웃고 있는 여자 주인의 모습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름진 전주인의 모습으로 바뀌 있다.

나는 더 힘껏 더 높이 뛰어올랐다.

내가 전주인의 손에 닿기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멈출 수 없다.

바람을 가르며 더 높이 뛰어오르자 허공을 가르며  있었다.

전주인과 엄마가 있는 그 곳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날 봐요. 내가 이렇게 씩씩하게 잘 달리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나는 이렇게 사랑받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