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셔 안방 침대로 갔다.
주인들이 자는 곳. 내 자리는 그 아래 작은 담요가 깔려있는 곳이다.
밤에 잠들 때는 내 자리에서 잔다.
나는 침대에 올라 주인들과 함께 자고 싶지만, 주인들은 늘 나를 내려보냈다.
하지만, 주인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커다란 침대는 내 차지가 된다.
요건 몰랐지?
앞다리를 쭈욱 펴고, 스트레칭을 해본다.
이불을 박박 긁어 잠자리를 만들고 엎드리니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띠 띠띠 띠띠... 철컥"
아이가 돌아온 모양이다. 나는 비몽사몽 깨어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침대 아래로 뛰어내려 다시 한번 몸을 털었다. 방 밖으로 나가니 아이가 보인다.
그런데..
다른 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나를 부르지도 않고, 나에게 달려오지도 않는다.
왜.???
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엄마, 나 계주대표 안 됐어.. 엉엉.. 출발신호를 못 들었어.. 너무 속상해.."
"나 진짜 너무너무 계주 하고 싶었단 말이야.. 으앙."
"나 이런 기분으로 학원 못 가겠어.. 엉엉.."
"알았어.. 흑흑"
전화기를 내려놓고도 아이는 한참을 울었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아이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아이는 여전히 흐느껴 울고 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엎드려 앉았다.
'울지 마, 아이야. 많이 속상했구나. 내가 너의 곁에 있어 줄게.'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의 눈물을 핥아 주었다.
아이의 눈물은 짭짤하고 아팠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아이야, 내 위로가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어. 속상한 일 다 잊어버려. 내가 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야.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게.'
아이의 아픔이, 슬픔이 그대로 내 혀로, 온몸으로 전달되어 나 역시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너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뿐이니, 이럴 때 내가 개인 것이 속상하다.
'아이야, 내 곁에 기대렴. 너의 눈물을 닦아줄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는 천천히 울음을 거두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 그렇게 웃는 거야.
나는 또다시 아이의 손을 열심히 핥아주었다.
나는 늘 너의 편이야. 네 곁에 있을게.
내 위로가 아이에게 닿았을까. 내가 아픈 것보다 더한 아픔. 그것은 주인이 슬프고 아픈 것이다.
아팠던 전 주인은 내게 그 아픔을 숨기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아팠다.
다시는 나의 주인이 아프지 않았으면...
다시는 나의 주인이 슬프지 않았으면...
내가 너를 위로할 수 있다면, 내 손길이 너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 돼도 좋아.
아이야, 다시 씩씩하고 나랑 잘 노는 그 아이로 돌아와 줘.
너와 함께 하는 인형사냥놀이 힘들어도 계속할게.
너와 함께 하는 달리기 숨이 가빠올라도 난 네가 즐겁다면 계속 달릴 수 있어.
아이야, 우리 함께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