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뒤 매일아침과 저녁에 사료 외에도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주인들은 아침에 나가면서 혼자 있는 나를 위해 간식을 줬고, 저녁에도 놀다가 간식을 주었다.
식사를 하는 가족들 아래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보면 음식이 주어지곤 했다.
배불리 먹고 잠도 잘 자고, 매일매일이 편안한 날들이었다.
털이 자라는 만큼 내 몸의 크기도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이가 네모의 납작한 발판 같은 것에 나를 올렸다.
아이도 올라가고, 나를 안고도 올라갔다.
"엄마, 꼬미 6킬로 넘어!!!"
다음 날 아침.
주인이 준 사료그릇이 평소와 달리 뭔가 허전하다.
사료를 다 먹었는데도 포만감이 없다.
주인 곁에 가서 조금 더 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
"안돼. 너 다이어트해야 돼."
주인들이 나갈 때 던져주던 개껌도 주지 않았다.
얼러리여. 개껌은 왜 안 주는 거지.. 아침 사료도 부족했는데..
흠..
속상한 마음을 뒤로한 채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떨어진 음식이 없나 냄새를 맡아본다.
앗! 이건 뭐지?
먹을 건가 싶어 입에 넣었다.. 아무런 맛이 안 난다.
퉤 퉤 퉤
시무룩하게 앉아있다가 잠이 들섰다.
저녁때 주는 사료도 넉넉하지는 않았다.
맛있는 냄새가 집안 가득 찬다. 주인들은 맛있는 식사를 한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또 무언가를 먹는다.
나도 먹고 싶다. 주인을 빤히 바라본다. 내 머리를 쓰다듬을 뿐 먹고 있는 걸 주지 않는다.
"너 다이어트 중이잖아."
저녁 산책을 나간다. 아이와 달리기를 한다.
여자 주인이 저만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아이와 내가 달린다.
평소보다 더 많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뛰었다. 먹는 양이 줄어들어서인지 좀 피곤하고 힘들다.
이제 좀 그만 달려도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달릴 셈이냐.
숨을 헉헉거리자 이제야 집으로 들어간다.
"꼬미 다이어트하느라 오늘은 좀 더 달렸어."
다음날 저녁 주인들이 식사중이다.
나의 치트키 애절한 눈빛을 발사했다.
주인들아~~ 내 눈빛을 보거라! 어서 내게 음식을 대령하라!!
어랏..꿈쩍도 하지 않는다.
"안돼. 너 다이어트 해야 되잖아."
아! 맞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지.
며칠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나는 원하지 않지만 주인들이 원하는 다이어트.
그래. 주인이 원한다면 해야지. 그게 우리 개들의 운명이니까.
주인들 역시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는 그저 덜 주는 사료에도 감사하고, 더 많이 뛰어도 주인들이 만족스럽다면 된 것이다.
얼마 후.
병원에서 만난 의사가 내 뒷다리와 내 등을 만져본 후 말한다.
"와! 다리근육이 엄청나네요. 다이어트할 필요 없어요. 지금 딱 좋습니다."
그날 저녁 한동안 먹지 못했던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우와! 이게 얼마만이지..아, 맛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더니, 이런게 행복이지.
이렇게 나의 다이어트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