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한적한 산동네의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빈집에 기거하며, 가끔 동네로 내려와 먹을 것들을 찾고, 산속의 작은 동물을 사냥하며 지냈다고 한다.
평화롭던 들개 사회의 질서가 깨진 것은 욕심 많고 자기밖에 모르던 또 다른 떠돌이 개 불독B가 들어오면 서다.
처음에 그 녀석은 자신의 야망을 숨긴 채 조용히 있었다.
당시 들개무리의 우두머리는 강인하고, 인정 많은. 하지만 결단력 있고, 다른 들개들의 옳은 의견을 잘 수용해 주던 진돗개A였다.
진돗개A는 불독B의 영민한 머리를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그건 영민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삭빠르고, 비열한 것이었다.
진돗개A는 아무리 배가 고프고 추워도 민가를 공격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인간은 개를 사랑하는 종족이니 공격하지 말라고 늘 얘기했었다.
불독B는 약삭빠른 머리로 추운 겨울, 사냥거리가 없을 때 동네로 내려가 민가를 습격해 어린 닭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유독 춥고 배고프던 그 해 겨울, 불독B를 따르기 시작하는 추종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돗개A는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 불독B를 불러 강력하게 경고했다.
불독B는 자신의 추종세력을 더 키우기 시작해 진돗개A가 방심한 틈을 타 합동으로 공격했다.
여러 개 들의 공격을 받은 진돗개A는 큰 부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나의 아빠는 진돗개A를 따르던 푸들P였다.
"푸들P, 불독B가 우리 무리를 지배하게 두면 안돼.
우리끼리도 뭉쳐야 하고, 특히 인간을 공격해선 안돼.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야.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뒤를 부탁해."
진돗개A는 얼마 못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후로 불독B의 폭정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개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자게 했다. 대신 자신의 의견을 잘 들어주면 식량을 먹게 해 주다가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분이 나빠지면 그 특유의 무거운 이빨로 사정없이 공격을 하곤 했다.
불독B의 폭정을 견디지 못한 일부 들개들은 따로 무리를 지어 나가기로 결의를 다졌지만 갈 곳이 없었다. 진돗개A와 함께 만들어놓은 들개들의 보금자리를 이렇게 불독B에게 넘기고 떠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불독B를 따르는 세력이 더 커졌고, 불독B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기에 그 수세가 약해 아빠와 친구들은 다시 의지를 다지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불독B의 폭정은 더 과감해졌다.
민가에 내려가 더 많은 피해를 일삼았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들개무리를 잡기로 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무서운 존재가 된다고 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불독B는 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겁 없는 불독B는 인간들까지 공격했다.
엄마는 그날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개무리의 거처에 왔던 그날.
진돗개A와 함께하던 그 평화롭던 시기에는 사람들은 먹을 것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날은 성난 사람들의 무리가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다. 무리들은 전례 없던 그 상황에 많이 당황하여 이리저리 피했으나, 무리 중 대부분이 잡혔다. 그리고 끝까지 버티고 길길이 날뛰던 불독B는 총에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빠는 사람 손에 잡히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가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산과 들판을 누비고 있을 거라고 했다.
엄마는 사람손에 포획된 후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때 엄마 뱃속에 나와 나의 형제들이 있었다.
엄마는 얘기했다.
"우리의 주인은 사람이야. 우리를 돌봐주고, 우리가 살 수 있게 해 주지. 절대 주인을 공격해서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