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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노트 Dec 15. 2024

서울개 Ep.11

주인의 발은 맛있어

주인을 기다리는 건 나에겐 당연한 일이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의 크기에 따라 더 위로 올라갔는지.. 미처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내 집 바로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면 내 꼬리는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 이제 주인이 오겠구나.

하지만, 앞에 무언가 털썩 던져지는 소리만 들린다.

나는 소리를 쳐본다.

누구냐?! 여기는 나와 주인의 보금자리다. 가까이 오지 마라!!


"삐삐 삐삐삐.."

그러다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면 주인이 돌아온 것이다.

문이 열린다.

내가 기다리던 주인이다.

이때의 반가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 몸은 반사적으로 주인에게 뛰어가 주인 허리춤까지 점프 해서 앞발로 인을 터치한다.

내가 주인 너를 엄청 기다렸다고..

"꼬미 잘 있었어? 많이 기다렸지?"

매일 듣는 부드러운 음성의 같은 질문에 나는 더 높게 점프를 하며 헥헥, 기쁨을 표시한다.

그걸 말이라고, 내가 매일 엄청 기다리잖아. 어서 먹을 걸 내놓거라.


저녁을 준비하는 주인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주인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식사시간. 사료를 먹고 주인을 바라본다.

나에게 목줄을 채워 산책을 나간다.

오늘따라 주인의 표정이 어둡다.

집에 돌아온 주인이 소파에 눕다시피 쓰러져 앉는다.

나도 그 옆에 엎드다.

앞으로 쭈욱 뻗은 주인의 발이 보인다.

그리고 어디선가 시큼 콤콤한 냄새도 느껴진다.

주인의 발을 향해 몸을 움직여 발 옆으로 갔다.

주인의 발을 핥기 시작한다.

오! 짭짤하니 맛있는걸???

주인의 슬픈 눈을 보니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냈을지..

짠한 마음이 올라온다.


주인아, 오늘도 돈 버느라 고생했다.

이 발로 거친 세상 풍파와 맞서느라 고생했다.

나를 버리지 않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

나에게 편히 쉴 집과 배불리 먹을 사료를 줘서 고맙다.

 매일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게 산책을 시켜줘서 고맙다.

주인아, 너의 피곤한 하루에 내가 위로가 된다면 좋겠어.

너의 무료한 일상에 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너의 깊은 한숨에 은 품으로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어.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려도 나만큼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게.

힘내라 주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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