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 분주하다.
산책을 다녀온 후 사료를 먹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나에게 사료를 준 사람은 작은 아이다.
하지만 주방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는 사람은 큰 여자다.
주방에 오래 있는 사람이 먹을 것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지난 주인과 살면서 깨달았다.
그래! 저 여자다. 저 사람이 이곳의 1인자다.
다들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큰 아이가 나갔다. 남자도 나간다.
그리고 여자도, 작은 아이도 나갔다. 곧 돌아오겠지..
내 앞에 간식이 있다. 간식을 조금 먹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1분, 2분, 3분.. 시간이 흐른다.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를 이곳에 버리고 간 건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 그들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는데, 사람들은 떠나버렸다.
집안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창 밖은 온통 벽과 창문투성이다. 창밖으로 나무와 내가 뛰어놀던 마당이 있던 내 집이 그립다.
혹시 숨어있는 거니?
숨바꼭질 그만하고 나와줄래?
밖에서 소리가 난다. 돌아오는 건가?
"너희 왔니? 왔어?"
소리를 쳐봤지만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혼자인 게 싫다. 안타깝게도 사람의 온기가 좋다.
나이 든 전 주인이 생각난다. 늘 나를 옆에 둔 사람.
나와 산책을 하고 나와 놀아주고, 내게 간식을 주고 사료를 챙겨준 사람.
그 사람이라면 나를 이렇게 혼자 두지 않을 텐데...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주인 곁에 누워 즐기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조용히 소리 내어 불러본다.
"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왜 나를 이곳으로 보냈어요? 보고 싶어요."
참아왔던 설움이 한 번에 복받쳐 올라온다.
나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
몇 시간이 흘렀을까. 울다 자다를 반복하던 그때,
"띠-띠-띠 띠띠.. 철컥!"
문이 열리고 작은 아이가 들어왔다. 날 버린 게 아니구나. 돌아왔구나.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다.
아이는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준다.
전 주인 같지는 않지만, 작은 아이의 손길이 싫지 않다.
너 나를 좋아하는구나. 나도 너를 좋아할 것 같아.
곰인형 장난감을 건네준다. 내가 내 집에서 물어뜯고, 던지던 바로 그 인형이다.
혼자 있을 때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어디서 가져왔을까.
인형을 물고 이리저리 흔들어 바닥에 내친다. 사냥성공!
아이와 몇 번 더 인형을 주고받고 놀았다.
다행히 아이도 인형사냥놀이와 공놀이를 좋아한다.
얼마 후 큰 아이도 오고 여자도 남자도 돌아왔다.
집에 온기가 돈다. 음식냄새로 온 집안이 가득하다.
나는 요리하는 여자 근처를 맴돌았다. 여자가 나를 본다. 이때다!. 최대한 아련한 눈빛 발사!! 사랑스럽고 얌전하게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자를 쳐다본다.
'날 봐요! 이렇게 귀여운 나에게 어서 음식을 주세요!!! 어서요!!'
나를 보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먹을 것을 한입 준다. 작전이 통했다. 그래, 이 맛이야.
역시 주방에 있는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한다.
며칠이 흘렀다.
새로운 주인들은 아침이면 모두 나간다.
나에게 간식거리를 던져주고, 음악을 틀어주고 나간다.
나는 이제 혼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간식을 먹고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소파에 또는 침대에 누워 음악소리를 듣다가 잠이 든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나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기 때문에 오전에 충분히 자두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인형사냥놀이 시간은 내가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이곳에 익숙하다. 이곳이 이제부터 내 집이다.
서울. 그래 나는 서울개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