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로그북> 후기
다이버들의 잠수상황을 기록한 일지를 '로그북'이라 한다.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이야기, 받은 용돈 그대로 시신의 옷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발견됐다는 이야기, 아이들을 구하고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한 새내기 교사 이야기까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이야기가 무수히 쏟아졌다. 다큐멘터리 '로그북'은 수많은 이야기 중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민간 다이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7년 전, 바다가 세월호를 집어삼켰을 때 팽목항은 아비규환이었다.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해양경찰, 해군, 민간 다이버들이 모였다.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참상에서 이들은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검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다이버들은 사건이 일어난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두 달 반을 매일 유해를 건지러 물에 뛰어들었다. 생의 현장에서 죽음이 낭자한 바다로 뛰어드는 동안 매일같이 몸과 정신이 망가졌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매일 무너졌다.
그래선 안 되지만, 내가 빠지면 동료가 더 자주 투입돼야 하기에 잠수병은 견뎠다. 하지만 무너지는 정신은 붙잡을 수 없었다. 함께하면 다가오는 죽음이 덜 무서울까 봐서, 10여 명의 학생들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굳어있었다. 그 두려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 선실에서 아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버가 데려갈 수 있는 건 한 명. 꽉 낀 팔짱을 억지로 풀어내야 했다.
마음이 심하게 망가지고, 아끼던 동료가 죽어가는 지옥 속에서 작업속도는 더뎌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찾아야 할 시신이 줄어들면 시신 한 구를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늘어난다. 그런데 가짜 전문가의 말을 보도한 언론 탓에 다이버들은 수당을 받기 위해 일부러 작업을 끈다는 프레임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리는 유가족을 위해 묵묵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나는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잘 모른다. 안전불감증과 경제논리, 정부의 대응과 보상, 언론보도까지 이미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들이 지저분하게 범벅이 된 상태로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세월호'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글을 하나 더 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텍스트들은 만들어져야 하는 것 같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내가 이들을 직접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들에게 아무것도 못해줄 거다. 그래도 위로와 치유는 앎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3~4년을 꼬박 안산과 목포를 오가며 이야기를 압축한 복진오 감독과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