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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Oct 13. 2021

오픈형 워크스페이스

변화의 의미

People don’t resist change.

They resist being changed.


- Peter Senge.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사람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의 대상이 되는 일에 저항한다.’

조직 안에서 조직개편으로 또는, 경쟁사의 한 발 앞선 혁신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 선택하는 변화는 타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 됩니다. 피터 센게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변화 그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당하는 일, 즉 변화의 대상이 되는 일에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와 다르게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 변화를 만들어본 일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의 확산은 이미 ‘뉴 노멀’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고, 사무실 출근주의를 고집하는 조직도 머지않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의 확산이라는 주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의 확산으로 오피스 레이아웃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의 중심에는 일하는 IT 도구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회의는 영상회의로 빠르게 변화했고, 많은 직원이 동시에 참석해야 하는 딱딱한 분위기의 시무식과 종무식은 최고위층 임원이 등장하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영상 메시지나 소통형 타운홀 미팅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도구의 발전과 재택근무의 확산이라는 변화 속에서 큰 책상과 대규모 오피스 빌딩 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두 IT 기술의 도움으로 이미 사무실에서 경험하고 있거나, 앞으로 마주할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모습입니다. 일하는 도구와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오피스 레이아웃을 앞의 글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중에서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큰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는 국내외에서 도입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는 소수의 IT 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아니라 국내 대기업, 그중에서 보수적인 이미지의 제조업, 금융업에서도 확산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하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이유로 책상이 좁아지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칸막이 파티션의 높이를 낮추거나 제거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노출과 소음 문제를 이유로 레이아웃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그러나, 좌석의 수와 책상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 사무실 임차 공간의 축소와 같이 비용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회사 경영에 있어서 무시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분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크게 보고 앞으로 가장 많이 도입되는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오피스 레이아웃입니다.


단점이 있는 만큼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할 때, 좋은 선례를 참고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는 노력과 새로운 레이아웃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픈형 워크스페이스가 뿌리내리면 이전과 비교해서 수평적인 조직문화, 활발한 소통이라는 오픈 공간이 가진 장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직원 1인실을 유지했던 외국의 회사들도 새 사무실로 이전할 기회가 생기면, 1인실의 장점보다 오픈형 공간의 장점인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소통을 선택하고 오픈형 공간으로 레이아웃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의 장점


1. 비용


재택근무가 늘면서 출근하지 않는 날이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면 고정좌석제를 유지하는 조직에서는 책상이 비어있는 날이 늘면서 비어있는 공간에도 고정비가 계속 지출되는 비합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고정좌석제를 오픈형 스페이스에 적용하는 사례가 가끔 있지만, 고정좌석제를 유지하면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오픈형 워크스테이션 + 자율좌석제’를 선택한 조직이라면 직원 수보다 적은 좌석을 확보해도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피스 임차 비용과 유지 비용에서 큰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2. 소통 


창의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이 중요하지 않는 조직이라면 꼭 오픈형 레이아웃을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독서실과 같이 조용함이 최우선인 조직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소통이 중요한 조직이라면 독서실과 비슷한 모양의 큐비클(파티션, 칸막이로 만든 좁은 공간) 형태의 폐쇄적인 업무공간보다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는 소통에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창의성은 열린 공간, 천정이 높은 공간에서 더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큐비클로 막힌 공간에서 전혀 발현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칸막이가 높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소통의 빈도는 낮고,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픈형 공간에서 더 빈도가 높은 소통은 여러 팀원의 아이디어가 모이게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교류할 때 새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을 높여줍니다. 그런 이유로 오픈형 업무공간을 새로 도입하는 회사들은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에 카페같이 편안한 소파형 의자를 두는 공간을 확보하고, 스탠딩으로 커피와 음료를 올려두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바 테이블을 설치하고, 높이가 높은 바 체어를 창가에 배치하는 노력으로 소통을 일상 업무의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단점과 대책


1. 상사/선배의 자리 독점


오픈형 공간은 주로 자율좌석제를 기본으로 구성됩니다. 자율좌석제로 운영되는 사무실에서 선배나 상사가 일반적으로 더 선호하는 창가나 구석자리를 독점하려는 나쁜 관행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픈형 워크스페이스가 가진 장점을 죽이는 습성이 자리 잡는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말처럼, 겉모습과 달리 나쁜 습성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위계질서가 그대로 스며들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처음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하는 국내 기업에서 종종 시행착오의 사례로 언급되었습니다.


오픈형 스페이스의 장점인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에 도움이 된다는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해서 같은 자리의 사용을 2~3일로 제한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팀장을 포함하여 모든 팀원들이 로테이션으로 자리를 바꿔 앉는 룰을 정하는 것도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서로 눈치 보거나 비난하지 않고 ‘자율좌석제 + 오픈형 공간’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공유하는 HRD와 OD 담당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수납공간


페이퍼리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사무실 임차료 등의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조금 좁은 업무용 책상을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오픈형으로 새롭게 레이아웃을 변경하면서 높이 조절식 책상(adjustable desk)을 설치하기 위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책상보다 조금 작은 책상을 구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수납공간에 대한 대책으로 락커(Locker)를 설치합니다. 코트룸과 같이 오피스 공간의 구석에 락커를 설치하기 때문에 사무실 의자나 빈 공간에 두던 겨울 외투를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장점도 생깁니다. 오픈형 업무공간으로 출근하면서 락커를 사용하는 부분 재택근무의 플랜 A와, 기존의 넓은 책상을 쓰면서 완전 출근주의를 선택하는 플랜 B 중에서 어떤 방식이 더 선호되고 효율적일지 생각해보고 설문을 해서 정답을 찾는 방법도 시도될 수 있습니다.


3. 소음


오픈형 업무공간에서 나오는 태생적인 문제인 소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분석하여 효과적으로 오픈형 업무공간에 채용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 직원에게 블루투스 헤드셋을 지급하는 방법과, 전화부스(Phone booth)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부스는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의 핵심 요소입니다. 오픈형의 공간에서 발견되는 장점을 누리고 발전시키면 소통과 창의성, 그리고 수평적 조직문화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통화로 인한 소음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국내외 기업들이 도입한 오피스 전화부스는 전반적으로 크기가 작지만, 형태는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공중전화 박스와 같이 서서 통화만 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작은 사이즈의 전화부스를 사무실 곳곳에 설치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노트북과 연결된 블루투스 헤드셋을 쓰고 좁은 전화부스로 들어가서 업무 통화를 하거나, 사적인 통화가 필요할 때에도 오픈형 업무공간에 소음을 감소시키는 방법입니다. 핸드폰으로 개인적인 전화가 왔을 때, 빈 회의실이나 복도로 뛰어나가는 불편이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초미니 전화부스가 가진 장점에 더해서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가는 2~3인용 전화부스를 만들면 공간 활용도와 효율이 높아집니다. 2~3인용 전화부스를 설치하면 컨퍼런스콜이나 영상회의를 할 때 전화부스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어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작은 회의실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큰 회의실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은 반면, 필요를 느끼지만 항상 부족한 작은 회의실의 보완재로서 2~3인용 통화부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1인용 전화부스와 3인까지 수용 가능한 전화부스를 혼용해서 설치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층에 일하는 직원수와 통화와 컨퍼런스콜의 빈도를 분석하고 필요한 전화부스의 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2~3인용 크기의 전화부스가 회의를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더라도 전화부스의 활용은 예약시스템에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율좌석제와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로 전환은 무조건 공사를 거치거나, 오피스가 이전할 때까지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긴 연휴나 주말을 통해 단순한 배치의 변경만으로 오픈형 업무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지 않아도 전화부스를 설치하고, 집중 업무 공간(Focus zone)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높은 큐비클을 몇 개만 남기고, 파티션 칸막이를 낮추거나 제거하는 방법으로 큰 비용 투자 없이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새로 오피스를 이전하면서 공사를 하고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로 전환을 시도한다면 더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오피스에서 출근하는 직원이 100명이면 100개 이상의 워크스테이션을 만들고 각 자리마다 수납공간을 갖추고 제법 큰 책상을 맞추었다면, 오픈형 업무공간과 자율좌석제가 도입된 오피스에서는 훨씬 적은 숫자의 워크스테이션(1인용 업무공간)을 만듭니다. 적으면 50개에서 많아야 80개의 워크스테이션을 만들고 한편에 100개의 소형 락커를 만듭니다. 책상의 수와 사이즈가 줄어들고 칸막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여유의 공간이 생깁니다. 그렇게 확보된 여유 공간을 출입구 근처의 넓은 공간으로 모으면 메인 출입구 안으로 큰 라운지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웬만한 카페만 한 크기의 넓은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게 공간, 이벤트 공간, 스탠딩 타운홀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큰 라운지 역시 오픈형 업무공간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메인 출입구와 가까우면서 사무실 가운데에 위치한 큰 라운지에서 오고 가며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마주치면서 아이디어들이 폭발하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은 넓은 라운지 공간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좋은 사례들은 이미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픽사(PIXAR)의 사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새로 지은 캠퍼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는 동선을 디자인하였고, 언젠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우연한 만남과 이어진 소통으로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설계 과정부터 반영했다고 합니다. 서울의 오피스 밀집 지역을 둘러봐도 중소형 규모의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는 이미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직원을 다그치고 쥐어짜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문화가 바탕이 된 조직에서 교류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때 생산될 수 있습니다.


세줄 요약

사람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에도 단점이 있고 시간을 가지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

'자율좌석제 + 오픈형 워크스페이스'는 수평적 조직문화, 소통, 창의성 생성에 도움.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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