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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Oct 07. 2021

지금 오피스 레이아웃 괜찮나요?

나와 우리 팀을 위한 선택

직전의 글에서 오피스 공간의 형태와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고, 기능에 맞게 오피스를 리셋하고, 그러면 사람(직원)은 공간과 형태에 반응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모바일 다음 ‘직장 IN’ 탭에 상위 노출되어 조회수가 급증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 브런치팀 감사합니다. ^^   


이번 글은 비즈니스의 유형에 맞추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오피스 레이아웃에 관한 내용입니다.


1. 전 직원 1인실


전 직원에게 1인실 업무공간, 방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아직 국내 기업의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광화문, 여의도에 있는 외국 기업의 서울 사무소에서 꽤 발견되는 유형입니다. 업무 효율 면에 있어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형태이지만, 삐뚤어지기 시작하면 사일로 효과가 부정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요즘 들어 재택근무의 단점이라고 지적되는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구조이기도 합니다. 


높은 유지 비용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의 유형에 맞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여력이 된다면 국내 기업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 신입사원을 포함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인실을 동등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오픈형 업무 공간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자랑한다면, 그러한 유행에도 여전히 1인실 공간이 가지는 장점은 분명히 눈에 보입니다.


부분 재택근무를 하는 요즘, 유연근무와 자율좌석제를 도입한 오피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전 직원 1인실 + 유연근무 + 자율좌석제’ 형태로 오피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했을 때,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업무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2. 오픈형 워크스페이스 


반대로, C레벨(CEO, CFO, COO, CMO, CTO etc) 최고경영자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오픈형 워크스페이스에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운영 방식은 오픈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고정좌석제와 자율좌석제 중에서 하나를 회사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선배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상사나 동료가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재택근무를 통해 발견되는 단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갈증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눈에 띄는 단점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좋은 선택을 하고 잘 운용한다면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율좌석제를 결정한 오픈 워크스페이스에서는 선배나 높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독점하는 경향을 배제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수납공간에 대한 대책, 오픈형에서 오는 태생적인 소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장단점 및 운용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려고 합니다.


3. 리더 집중형 레이아웃


팀장이나 관리자가 제일 앞에 앉고, 직급에 따라 높은 순서부터 팀장 바로 뒤에 앉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전문성과 업무 숙련도가 낮은 주니어 직원이나 백오피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오히려, 창가 쪽 꿀맛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모양이 됩니다. (너 많이 낯설다…응?) 팀장은 제일 앞자리에 앉고, 어떤 경우에는 한 뼘 높이의 단상이 있는(elevated) 가운데에 자리하기 때문에 팀장 또는 관리자의 자리는 항상 100% 노출되어 있습니다. 팀 단위의 일이 타임라인에 쫓기는 일, 혹은 모든 팀원이 하나의 일에 매달리는 경우에 이런 낯선 레이아웃을 활용합니다.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종합병원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팀장 역할)이 응급실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떠올려 봅니다. 심각한 외상 환자가 응급실에 오고 수술대에 선 외과 이국종 교수 옆이나 뒤로 마취과, 영상의학과, 피부과, 내과, 정형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여듭니다. 짧은 골든 타임에 종합병원의 장비와 인적 자원, 모든 역량을 작은 수술대로 모으는 있는 원리입니다. 수술대 바로 앞에 선 수술의 총책임자인 외상 전문 외과 의사(팀장 역할)를 위해 뒤에서 여러 전문의와 간호사, 장비들을 총동원하기 위함입니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방식이며, 팀의 모든 역량을 제한된 시간에 결집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형태입니다. 입찰 시간과 거래 시간에 맞춰 항상 팀원의 긴장도를 높여서 긴박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이 엑셀을 돌려서 나오는 값을 다른 팀원이 실시간으로 비교 분석하면서, 팀장이 제일 앞줄 또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 결정을 내립니다. 동시에 또 다른 팀원은 입찰 또는 실시간 거래를 위해 툴을 담당하는 모양을 생각하면 됩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팀원 전체가 한 가지 업무에 매달리는 경우, 프로젝트 팀 업무, 일정이 급박할 때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레이아웃입니다.


4.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오피스)


메뚜기식 핫데스크가 필요한 1인 사업자 프리랜서나, 스타트업의 스타트 시점, 또는 사내 창업 프로젝트에서 활용하기 좋은 공유 오피스가 있습니다. 조직을 갖추기 전이나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그러나, 초소형 단기 부동산 임대사업의 목적이 레이아웃에 반영되기 때문에 길게 사용하면 오히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직이 커지면 비용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공간이 협소하고, 회의실 예약과 사용, 주차, 보안 문제에 취약한 부분도 있습니다.


5. 전통적인 레이아웃 


전통적인 오피스 배치의 장점을 크게 보고 변화에 민감할 필요가 없는 조직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꼭 다른 방식으로 고쳐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듯, 팀장이나 관리자가 뒤에 앉는 일반적인 레이아웃을 완전히 배제할 이유도 없습니다. 비즈니스에 변화가 없거나, 위협이 될만한 상황을 겪지 않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만족하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거나, 새로 내부 공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외에도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재미있는 유형의 오피스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사옥이나 임차한 오피스 빌딩의 입지가 뛰어나고 뷰가 장점인 경우에 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레이아웃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언급한 여러 가지 유형의 사무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도시가 있습니다. 홍콩의 큰 오피스 빌딩에는 타이완, 홍콩, 중국계 기업,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야경을 보러 가는 홍콩 센트럴이나 완차이 지역의 고층 오피스 빌딩 하나를 잡아서 둘러보면, 입주 기업들이 선택한 다양한 오피스 레이아웃을 한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김영하 작가는 ‘종이책은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움베르트 에코를 언급하며, 종이책이라는 물성과 형태는 완성형이라는데 동의하면서 종이책이 가진 장점들을 짚어주었습니다.


2010년 경, 아마존에서 처음 전자책을 출시했을 때, 서점 주인들은 값싸고 편리한 전자책이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해온 종이책에 거대한 위협이 될 것이고, 서점의 존폐를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자책은 성장을 멈추었고,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북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완벽한 형태의 발명품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니라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고, 컨텐츠 접근을 편리하게 해주는 보완재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라는 완성형 업무공간의 형태에도 익숙한 한 가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책의 핵심이 컨텐츠라면, 사무실 공간의 핵심은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완성형 발명품이라는 종이책이 전자책, 오디오북으로 빠르고 다양하게 변해온 것처럼, 일하는 도구가 IT 기술의 발전으로 급격하게 다양해지고, 비즈니스 유형도 회사마다 다릅니다. 완성형 업무공간인 사무실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 리모트워크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입니다. 팬데믹에 앞서 외국에서 그랬고,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도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오피스 레이아웃 중에서 나와 우리 팀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혼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내가 앉고 싶은 자리가 아니라, 우리 팀과 내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오피스의 형태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세줄 요약 

다양한 오피스 레이아웃이 있어요. 

IT 기술의 발전으로 일하는 모습과 도구가 변하고 있어요.

지금 오피스 레이아웃 괜찮나요?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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