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만나자
1화 보고 오기
이건 단순히 망가진 책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이호정은 늘 내 꿈을 비웃어왔으니까.
이호정은 항상 말했다. 김연아, 조수미 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무대는 높은 곳에 따로 있다고. 이런 평범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의 리그에서 되도록 상석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허황된 꿈을 꾸기보다는 당장의 목표를 따르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고.
그건 네 생각이고.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해 본 적 없으니 세상 모든 게 다 우와 열로 보이겠지. 꿈이란 건 그냥 얼굴처럼 다르게 생긴 건데 거기에 왜 네가 등급을 매겨? 뭐든 위아래로 재고 따지는 게 정상이야? 단지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남의 가능성을 거세해 버리는 그 거만한 태도가 네가 말하는 ‘현실감각’이야? 그런 거라면 줘도 안 가져.
네가 뭔데 내 꿈을 뜬구름 취급해. 너한테 피해 준 거 하나 없는데도 내가 그렇게까지 불편한 거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차라리 네 문제 아니야?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어? 너처럼 틀에 박혀 사는 게 진짜 인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스스로에 대한 고민 없이 지루하게 남들 따라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거, 너무 허무하지 않아? 대체 그게 뭐라고, 하기도 싫은 공부를 붙잡고 안간힘을 써? 나야말로 너 하는 짓이 우스워 죽겠어.
똑같이 느끼게 해 줄 거야. 어떻게든 망가뜨릴 거야.
이호정. 분명히 해두자.
그만하자는 내 말을 무시한 건 너야.
계속.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17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라이킷과 댓글,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