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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약초

[ 언어와 나의 세계 ] 75

by 정원에

잡초(雜草)는

누군가 심지 않아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자란다.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기존의 질서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다.

이 말은 잡초의 약성(藥性)이 바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적응력과 생명력'이라는 의미다.



약초(藥草)란

누군가 찾아내어 귀하게 재배되거나 그에 맞는 환경에서 정성껏 길러진다.


가치가 이미 규명되어 그 쓰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태이다.

이 말은 약초의 약성은 매우 조건적이며 맥락 의존적인 ‘독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잡초와 약초를 가르는 경계는 '풀이란 존재'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필요와 지식이라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선(線) 일뿐이다.


그러니,

오늘의 약초가 어제의 잡초였듯이,

오늘의 잡초가 내일의 약초가 되는 일은 흔하다.


시대의 필요가, 혹은 인간의 관점이 그 선을 끊임없이 다시 긋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보다 더 변덕스러운 선(線)은 ‘인간’ 그 자체인 것이 명백하다.

누구냐에 따라 약성이 ‘독성’이 되고, 독성이 ‘약성’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마치,

잔디밭을 가꾸는 사람에게 민들레는 뽑아 버려야 할 잡초이지만,

염증을 없애고, 해독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귀한 약초가 되듯이!


오늘에 걸은 그 길에 널린 잡초들이

언젠가 눈에 띈 가치 높은 약초들로

환영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세상 어디에도

모두에게 이로운 약초도,

모두에게 해로운 잡초도 없다.

누군가의 질서와 기준 속에서

나는 잡초일 수도, 약초일 수도 있다.

이건 누구나 매한가지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독성과 약성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것들이 어떤 조건에서 발현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나의 약성이 독성으로 작용하는 실패의 고통을 겪지 않고,

나의 독성이 약성으로 작용하는 우연의 기회가 비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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