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지 못하는 사랑은 날 더 강하게 만들 뿐

<러브 라이즈 블리딩>

by CINEKOON


서로 한 눈에 반한 루와 재키. 마냥 사랑하며 서로의 몸만 탐닉하기에도 바쁜데, 그녀들 사이에 먹구름이 낀다. 루는 적이라 판단되면 자신의 아내마저도 살해해버리는 범죄조직의 냉혈한 우두머리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랭스턴에게 압박을 느끼고, 더군다나 폭력적인 남편 JJ로부터 이미 지독한 가스라이팅을 당해버린 언니 베스에 대한 걱정에 이 거지같은 동네를 떠나지 못한다. 재키 역시 보디빌딩을 위해 주입했던 약물에 부작용을 느끼다 환각을 경험하며, 끝내는 순간의 분노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서로 그저 "존나" 사랑할 뿐인 두 사람은 과연 이 먹구름을 뚫고 내달릴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선배 장르 영화들에 비해 그 범죄의 규모가 작고 오밀조밀한 작품인데,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내실있게 꾸려갔다는 점이 기특하다. 여기에 특유의 무드를 더해주는 촬영과 연기 역시 잘 조율되어 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톰보이스러운 면모가 빛을 발하고, 여기에 케이티 오브라이언의 육체미가 기성의 여성 배우들에게 일정부분 강요되어 왔던 '섹시함'을 넘어 '강력함'을 갖추고 있어 그 자체로 멋지게 다가온다. 형을 닮은 데이브 프랑코의 인간말종 연기와 요란스런 헤어스타일로 돌아온 에드 해리스의 묵직한 연기도 매력적이고.


극중 재키는 약물을 주입한 이후로 갖은 환각들을 목격한다. 그러다 헐크 마냥 근육이 펌핑되어 상의를 다 찢더니, 종국에는 진격의 거인이 되어버리까지. 헌데 돌이켜보면 그 약물을 처음 권한 것은 루였고, 보디빌더라는 그녀의 꿈을 응원해줬던 것도 루였다. 약물로 인한 환각 사이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신기루 역시 루였고, 결국 그 힘을 통해 재키가 구해내는 것도 루였다. 그러니까 극중 재키가 얻은 모든 초현실적 힘은 루로 인한 것이었고 또 사랑을 위한 것이었다.


일찍이 니체는 말했다.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고. 재키의 경우에 그것은 '사랑'이었다. 재키를 죽이지 못한 사랑은 그저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 그렇게 사랑으로 말미암아 강대해진 재키는 결국 모든 장애물들을 다 찢어버리고 끝끝내 루와의 낭만적인 야반도주로 달려나간다. 존나 사랑하다보면 이토록 존나 강해질 수도 있구나. 성인 남성 턱주가리도 한 방에 빠개버리고 까짓거 앞길을 막는 내 연인의 아버지마저도 일거에 뽀개버릴 수 있는 거구나. 여러 의미에서 사랑은 이처럼 위험하고 또 이토록 위대하다. 


tempImageQuhFFM.heic <러브 라이즈 블리딩> / 로즈 글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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