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이탈리아, 마테라”
피렌체 살고 있는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연락이 너무 반가웠는데, 친구가 스페인에 놀러 왔다가 심심한데 나 피렌체 갈까? 하더니 진짜 바로 피렌체로 왔다. 이렇게 내 친구도 나처럼 계획 없는 여행을 좋아하는지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피렌체에 나를 만나러 왔다. 도착시간에 맞춰 피렌체 공항에 픽업을 갔다. 피렌체 집에는 갖고 있는 문구류가 없어 집에 있는 풍선을 하나 불었고, A4 용지 뒷면에 웰컴 투 피렌체를 적어서 갖고 나가 들고 있었다. 게이트에 친구가 나오면서 이걸 보고 놀라겠지? 하면서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짝꿍 보고 핸드폰으로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는 게이트 바로 앞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이렇게 피렌체에서 보다니 너무 반갑고 좋았다. 그렇게 나의 친한 친구와 그는 첫인사를 어색하게 하게 되었다. 친구는 고생이 많다며 짝꿍에게 감사인사를 했고, 이상하게 내가 이렇게 떨리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우선 친구가 피렌체에 옸으니 자주 왔던 도시지만 같이 걸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추억을 남겨주었다. 친구와 나는 다른 도시 어디를 가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가 “친구가 안 가봤던 도시로 가볼래?"라고 말해줬다. 사실 나도 그럼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안 가본 이탈리아는 나도 안 가봤기 때문에 새로운 도시를 가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너무 좋기 때문이다. 고마운 말 한마디에 우리는 동남부 쪽으로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는 참 섬세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니 말이다. 이탈리아를 여러 번 와본 친구와 나를 위해서 이탈리아 도시들 중에서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여행하기 위해 7시간 운전을 해 피렌체에서 동남부로 떠났다. 우리의 첫 도시는 마테라였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시칠리아에서 봤던 뷰가 떠올랐고, 건물들이 빈티지라고 생각할 만큼 뭔가 멈춰버려 발전하지 않은 것 같은 건물들이 있었다. 마테라가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라서 그런지 우리의 시간도 멈춘 듯이 자연스럽게 이 도시에 빠져 버렸고 그렇게 우리 머무는 여행했다. 가끔 멈출 때가 필요 하듯이 멈추니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파란 하늘부터, 사람들의 표정, 이 날 느낀 온도까지 멈추니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했을 때는 이 도시에 한국인이 보이지 않았고,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던 중국인 여행객도 많이 보지 못했다. 일본인 여행객 몇 명 만난 게 다였다. 도시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우리에게 여유로움을 가져다주었고, 천천히 걸으며 동네를 둘러보았다. 걸으면서도 걱정했던 다른 유럽 관광도시와는 다르게 소매치기 걱정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던 장소였다. 인생에서 멈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도시였다. 이런 멈춤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인생에서도 종종 멈춤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한 번쯤 멈춰야 할 때를 알지만, 멈출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무시하고 달린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나는 듯 했다. 우리가 마테라에 갔을 땐 동양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더 새로웠으려나? 그냥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이 도시가 참 매력으로 다가왔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유의 쾌활함과 친절함이 있었다. 걷다가 힘들면 멈추고, 그러다 배고프면 식당을 들어갔다. 우린 동굴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꾀나 유명한 식당인 것 같았다. 우리는 와인을 시키고 각종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오늘 저녁은 피렌체 중국 마트에서 사 왔던 불닭볶음면을 끓이고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사서 구워 먹자고 했다.
우리도 참 우리답다 생각했다. 우리가 예약한 에어비엔비 숙소를 체크인하러 온 가족이 다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했다. 원래 대부분 한 명이 와서 체크인 설명해주는데, 이 숙소는 엄마 아빠 자녀 둘까지 다 함께 와서 설명을 해주고 갔다. 보기 좋은 광경이라면서 짝꿍과 이야기를 했다. 따뜻했던 가족들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아침에 따뜻한 빛이 창문으로 들어 오 고기도 했던 마테라! 너무 짧은 일정이라 다시 오자는 말과 함께 마테라에서 짧고 굵게 여행했다. 떠나는 날 전날 밤부터 비가 내렸는데, 아침까지 비가 쏟아졌다. 집을 빠져나오는 언덕진 고에서 우리는 차에서 마테라를 빠져나오기 힘든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았고, 짝꿍도 차의 핸들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 우리 눈앞에 물이 홍수 난 듯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길에 놓여있던 쓰레기통이 두둥실 떠 있었다. 정말 우리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싶을 만큼 걱정을 하며 차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 차는 그가 이끄는 데로 아주 천천히 움직여 무사히 마테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말 별일이 다 있지만, 자연재해가 가장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자연은 너무 위대하고, 우리는 한없이 작고 힘이 없어 보였다. 내 여행엔 늘 비가 따라다니는데 지금까지 큰 피해가 없었다는 무사함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