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주말 오후,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조금 읽다 보니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잠도 깰 겸 탁상램프 하나를 조립했다. 초승달과 일곱 개의 별이 새겨진 플라스틱판을 나무받침대 홈에 끼우니 조립은 간단히 끝났다.
완성된 탁상램프를 침대 협탁에 올려두고 불을 켜자, 탁상램프의 은은한 빛이 주변을 감쌌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탁상램프가 내뿜는 은은한 빛을 바라보기만 했다.
조명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방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흰 벽이 달빛에 비친 온화한 풍경처럼 느껴졌다. 메말랐던 디퓨저에서도 왠지 향긋한 향이 올라오는 듯했다.
탁상램프는 조용한 달빛처럼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은은한 빛으로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은은하게 퍼진 불빛 하나가 무료하던 삶을 생동하게 만든다. 삶의 특별함은 머나먼 시간 속에 존재하는 신기루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 더해지는 파격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따금 괜찮은 모양의 탁상램프가 눈에 보이면 하나씩 수집해서 방 안을 가득 채워 놓고 싶다. 그렇게 수집된 탁상램프의 숲으로 방 안을 다양한 빛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