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TV 프로그램을 평소 즐겨보는데 이번 주말에는 북아프리카의 국가 모로코가 목적지였다.
모로코에 있는 다양한 관광지를 보여주다가 촬영팀은 스쳐 지나가는 길에 있는 이름 모를 사막에 잠시 멈춰 섰다.
사막 한가운데 나무 몇 그루만이 덩그러니 모여 있고 염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염소들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나무줄기를 위태롭게 밟고 서 있는 염소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그런 염소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눈빛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염소들은 나무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 한쪽에는 물통을 지고, 다른 어깨에는 망원경을 메고 있는 남자는 염소들을 돌보는 목동이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피하고자 마스크를 쓴 목동의 나이를 완전히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눈매와 피부를 볼 때 이십 대 초반으로 느껴졌다.
염소들은 목동에게 다가가 발을 걸 터 올리고 그가 건네는 잎을 냉큼 받아먹었다. 염소들은 목동을 편하게 여기는 듯했다. 염소들과 교감을 나누는 목동의 표정은 새삼 즐거워 보였다. 그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젊은 시절 모로코를 여행했던 아버지는 사막에서 염소 떼를 돌보는 목동의 임금이 무척 낮다고 말했다. 목동이 사는 공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색이 초라하다고도 했다. TV에 등장한 목동도 아버지의 말처럼 실제로 초라한지는 알 수 없다.
그의 경제적 수준이야 어떻든 염소에게 풀을 먹이는 목동은 세상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선 찰나였지만 세상에 대한 경탄과 충만이 담겨 있었다. 목동은 화면에 짧게 등장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그의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여기며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과 교감을 나누는 젊은 목동의 미소가 잠들기 전까지 계속 아른거렸다.
그날 밤, 나는 사막 한가운데를 자유로이 거닐며 작고 소중한 염소들을 몰고 다니는 목동이 된 상상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