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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마음, 자유롭게

by 윤경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고도 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우산을 챙겨 오지 않았던 터라 난감했다.

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더욱 거세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그냥 비를 좀 맞자는 생각으로 과감히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막상 빗속으로 뛰어 들어가니 주저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잠시였지만 어릴 적 비 오는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기억이 스쳤다.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며 근심하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비에 씻겨 내려가고 은근히 비 맞는 것을 즐기기까지 하였다.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빗길을 걸어가는 과정이 괴롭겠지만 비를 조금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비를 맞으면서 걸어가는 길이 괴롭진 않다. 오히려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즐겁기까지 한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생각 하나, 마음 하나 내려놓는 데서 오는 것이지 외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 존경하는, 평화운동가이자 명상가인 틱낫한 스님은 그의 저서에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바라는 것은 자유로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 자유에 이르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에 대한 집착,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얽매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용기와 결단이라는 말이 비장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생각이 걸어놓는 빗장 하나만 열어젖히면 된다.

얽매임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내가 선택하면 된다.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나다.


비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 하나를 내려놓고,

빗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듯이 마음을 부자연스럽게 붙들고 있는 것들도 툭툭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아름답고 빛나는 행성에 우리가 온 것은 자유롭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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