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에서 하나의 질문이 화제가 되었다.
그 질문인즉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한다는 사람부터 매 순간을 견디고 있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대답이 오갔다.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왔다.
"경환 씨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삶에 대한 만족이라, 생각해 보면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할 겨를이 없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행과 불행이 교차하고 여유와 바쁨이 반복되는 게 우리의 삶 아니던가?
그럼에도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뚜렷이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일제히 내가 뻥긋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존경하는 분의 글이 머리를 스쳤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그래! 삶이라는 건 소유물처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현존할 때만이 살아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합을 두고 삶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족하는 순간도 있고, 아닌 순간도 있어요. 만족하는 순간을 늘려가는 게 목표입니다!"
삶에 대해 만족한다, 또는 아니다를 기대하던 사람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그렇건 말건 나는 내 대답이 꽤 만족스러웠다.
낯선 여행지에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은은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는 순간,
따스한 햇살 아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지그시 눈을 감고 내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정한 눈길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이런 만족스런 순간들로 삶을 가득 채우고 싶다.
나에게 삶의 만족은 행복한 순간의 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