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
쫄깃쫄깃
고소담백
달달천국
과자는 진짜 맛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군것질, 너의 이름은 과자.
쿠키, 비스킷, 크래커, 스낵, 초콜릿, 젤리, 사탕, 으르신 취향저격 뻥튀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출신성분과 맛을 가진 과자의 세계. 때론 주식인 밥보다 과자 먹은 시간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는 과자를 좋아했습니다. 아니 좋아합니다. 과자란 녀석은 제 건강을 눈꼽만큼도 배려해주지 않지만 저는 과자를 영원히 입에 안대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친했습니다. 그리고 당뇨진단 후 1년간 끊은 음식 또한 과자였습니다.
어느 당뇨인은 3년간 과자를 딱 끊었다는데 저로선 1년이 사랑하는 과자와의 최대이별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 이후 과자에 대한 짝사랑은 확실히 사그라들었고 이젠 간혹 만나는 정도입니다. 과자의 해로운 성분이야 누구나 알지만 그걸 완전히 입에 대지 않는 건 저에겐 너무 가혹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의 과자사랑은 당뇨진단 전까지 주 2~4회 정도였습니다. 세상엔 어쩜 이리도 맛난 주전부리가 많은지요! 그랬는데 진단 후 마음먹고 과자를 끊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일생일대의 큰 마음을 먹었더랬죠.
아니나 다를까 과자끊기란 무척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술, 담배는 안 하지만 저에겐 과자란 술, 담배 같은 중독성 강한 존재였고 이별은 ‘금단증세’를 남겼습니다. 하루만에 눈앞에 좋아하는 과자가 둥둥 떠다닙니다. 입안이 궁금하고, 심심하고, 바짝 마릅니다. 마트 과자코너에 가면 반가움에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금연껌처럼 대체제로 사놓은 아몬드, 땅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참기 힘들만큼 과자님이 그리워서 한밤중 자다가 눈이 떠질 지경이었습니다. 대신 어두운 방에서 아몬드를 오독오독 깨물어먹었지만요.
‘과자금단증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큰일이었습니다.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마다 좋아하는 과자와 신상품으로 출시된 궁금한 맛의 새 친구들이 반짝반짝 예쁜 포장지로 쳐다봅니다. 유혹을 물리치기란 고통입니다. 그래도 당분간이라도 멀리해야했습니다. 죽으면 과자 한 개도 못 먹잖아요.
고심 끝에 내린 제 해결법은 ‘먹은 셈 치고’였습니다.
커다란 카트에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과자를 하나씩 사이좋게 전부 담습니다. 다른 장보기도 끝마치면 카트 안의 모든 과자를 하나씩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의외로 이 방법이 저한테는 유효했습니다. 실제로 먹진 않았지만 마치 살 것처럼 카트 안에 담는 행동만으로도 조금은 먹은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물론 과자를 멀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먹고 싶은 충동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서 1년이라는 시간동안 과자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과자중독자이시라면 ‘먹은 셈 치고 법’을 써보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먹고 싶은 과자는 적당히 먹습니다. 저로선 평생 과자를 완전히 끊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세상엔 정말 맛난 과자가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저도 분명히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과자를 너무 자주 먹지 않고 되도록 먹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혈관에도 안 좋은 달디 단 초코범벅인 과자는 잘 안 사게 되었다는 점도 있네요.
먹은 셈 치고 법은 완벽하진 않아도 따라 해 볼 점은 있다 정도의 처방이네요. 전 그걸로도 만족합니다. 주식보다는 양을 줄이는 게 쉬웠던 건 간식이어 서일 까요. 실제로 과자 1인분은 약 30g인데 아주 적은 양이어서 놀랐습니다. 제 경우 과자는 봉지를 뜯으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는 게 기본인데 실은 한봉은 3~4인분쯤 되더군요.
과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던 또 하나는 책이었습니다. 과자의 유해성에 대해 아주 사실적으로 밝힌 책을 읽고 나선 새삼 과자에 얼마나 안 좋은 첨가물이 많은지 절감하면서 더 멀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과자가 우리 몸을 얼마나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안병수 님의 저서 <맛있는 것들의 비밀>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안병수 님은 오랜 시간 대기업제과회사에서 근무하셨고 현재 식품전문가와 작가로 활동중이십니다. 2005년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쓰기도 하셨습니다. 이 분은 제과회사에서 일하셨지만 주위 과자 기술자들이 젊은 나이에 건강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친분있던 일본의 어느 과자기술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16년간 근무했던 제과회사를 퇴사, 이후 식생활과 관련된 공부를 하시며 우리 사회에 과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이 글의 2부인 혈당관리에 도움이 되었던 추천 도서 편에서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제가 얼마나 그동안 제 몸을 함부로 대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생 과자를 끊을 자신은 없습니다. 어릴 적 자주 먹었던 과자에는 각각 추억도 숨어있고 처음 먹었던 순간의 놀라운 맛을 완전히 없애버리기란 여전히 저한테는 어렵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과자를 사랑하나 봅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뜨겁게 사랑하진 않습니다. 진단받을 필요도 없이 건강했더라면 여전히 과자와 단짝이었을 겁니다. 이젠 자신을 위해서 과자를 멀리해야 하니 좀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너무 힘든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는 말처럼 몸에 별로 좋을 거 없는 과자 녀석과는 계속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못 먹어서 생기는 우울함보다 먹어서 생기는 후유증이 너무 커서 ‘먹은 셈 치고 법’은 평생 써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