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자로서 혈당 관리의 핵심은 ‘식습관’입니다.
아무리 운동하고 근력 키워도 먹거리를 마음대로 하면 도로 아미타불, 혈당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서 소중한 우리 혈관에 상처를 남깁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첫 주치의가 음식종류는 상관없고 단지 양조절만 하면 된답니다. 그러나 찐고구마 손가락 한마디(2cm?) 먹고 재 본 혈당은 190 가까이였습니다.
관리 초기 눈에 불을 켜고 관련책과 국내외 유튜브 의료채널을 공부했더니 포화지방을 줄여라, 정제 탄수화물을 끊어라, 카페인도 혈당에 악영향을 끼치니 믹스커피는 물론 아메리카노도 그만 마셔라 등등. 이 정도면 뭘 먹어라보다 죽지 않을만큼 가려먹어라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죄다 줄이고, 끊고, 참아야 할 투성이였습니다.
심지어 흰쌀밥은 일본 내과의들이 3대 화이트악마 중 하나라고 부를 만큼 몸에 안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참고로 3대 화이트악마는 밀가루, 설탕, 흰쌀밥입니다. 하지만 3가지 모두 하루에 최소 두세 번 이상은 입에 대고 살아오지 않았나요? 얘들을 밥상에서 빼면 뭐 먹고살아야하죠?
어째 공부하면 할수록 먹지 말라는 것이 이다지도 많은지 이러다 혈당관리하기 전에 굶어 죽는거 아닌가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습니다. 심지어 K-소울드링크인 아메리카노는 위에 고소하게 뜨는 크레마(카페스톨)가 콜레스테롤덩어리여서 혈당뿐 아니라 고지혈증 예방차원에서도 안 마시는 게 좋답니다. 당뇨는 고혈압, 고지혈증과 더불어 3대 악의 축입니다. 커피를 마시려면 차라리 드립이나 더치커피로 마시는 게 좋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이것저것 착실히 따르다보니 주위에서 뭘 그리 유난이냐는 식으로 쳐다봅니다. 아직 당밍아웃을 안 했으니 지인들도 이해하기 힘들겠죠. 당밍아웃을 해도 얼마나 이해해 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니 관리를 하면 할수록 고민도 커져갔습니다. 심지어 어릴 땐 없어서 못 먹을정도로 좋아했지만 커서 잘 안 먹게 된 떡볶이, 초콜릿, 짜장면마저 어찌나 먹고 싶던지요! 의사들말로는 빵, 면, 흰쌀밥을 끊고 귀리, 늘보리 등 통곡물 위주 비정제 탄수화물과 친해지라는데 말이 쉽지 어떻게 365일 비빔면 한번, 짜장면 한번, 떡 한 조각, 빵 한 개 안 먹고 살 수 있죠? 그런데 혈당건강을 위해선 그래야 한답니다. 삐뽀삐뽀~ 빵순이(빵돌이), 떡순이(떡돌이) 비상사태입니다. 밥순이(밥돌이)도 웃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러다 혈당회복하기 전에 홧병나서 죽든지 굶어죽든지 싶은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멀리하고 싶지만 먹어줘야 할 때도 많습니다. 한국 정서상 돌잔치, 생일상, 결혼식이나 조문 같은 경조사에 등장하는 말랑말랑하고 쫠깃한 떡. 추석땐 꿀송편, 설에는 매끄럽고 든든한 흰 떡국. 그뿐인가요. 길거리엔 매콤달콤 떡볶이가게와 따끈따끈 구수한 빵가게가 넘쳐나고 혀를 사르르 녹일듯한 극락의 맛 디저트샵도 많아졌습니다. 한겨울엔 시즌상품 통단팥 붕어빵도 먹어줘야 하는걸요. 그런데 이젠 다 안된답니다. 이 모든 걸 다 포기해야 하는 삶, 그런 팍팍하고 맛없는 삶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괜히 억울하고 짜증납니다. 그러고 보면 당뇨란 어느 지인말마따나 참 지랄같은 병이네요.
그러나 기억하세요. 식습관을 통제하면 혈당은 솔직하게 그 보답을 합니다. 그 밑바탕에는 ‘습관화’라는 키워드가 자리합니다.
초반 2년간 혹독한 셀프관리를 통해 직접 겪어보니 ‘식습관의 재정비’는 필수였습니다. 특히 초반에 되도록 빨리 식습관을 조금씩, 꾸준히 변화시켜서 습관으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했습니다. 죽을만큼 힘들지만 딱 2주만 집중하고, 좋은 식습관이 이슬비처럼 내 몸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 내키는대로 먹는 거야 본인 자유이지만 그 후유증은 어마무시한 합병증으로 돌아올 테니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뻔한 얘기지만 운동과 식이는 당뇨관리의 기본중 기본입니다.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분이 샐러드가 반가울 리 없습니다. 다행히 전 채소도 즐기고 생선을 고기보다 좋아하고, 흰쌀밥도 나쁘지 않지만 100% 현미밥도 맛나게 먹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24시간 내내 몸에 좋은 음식만 먹는 건 너무 고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생각을 바꾸기’였습니다. ‘셀프 가스라이팅’이라고 해도 괜찮아요. 명칭이야 뭔들 어떻습니까. 이젠 내 몸이 좋아지겠다는 걸요.
중요한 건 그동안 내가 나를 잘 돌봐주지 못해서 이렇게 약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된 만큼 이젠 누구보다 알뜰살뜰 아끼고 좋은 음식을 챙겨주는 겁니다. 안 좋은 음식 두 번 먹던 걸 한번 줄이는 걸로도 벌써 절반의 성공입니다.
관리를 시작한 지 5년째 접어드는 지금도 온라인 식품몰이나 동네마트를 가면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젠 과자나 음료수 앞에서 서성이던 예전과 달리 두부나 채소코너, 무가당 탄산수 앞에서 어떤 브랜드를 고를지 비교합니다. 여전히 당뇨인을 위한 선택지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세상엔 먹지 말아야 할 식품들이 먹어야 할 것보다 더 많습니다. 좋은 식품이 더 많이 생산되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매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