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이란 이 날짜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이후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해진 날짜.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소소하게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달음식을 먹었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한 날인 것 같다.
발발발발 기어 다니는 우리 둘째는 사고만 주구장창 치고 있으니 첫째 아이에게 결혼기념일을 알려주며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아이의 글씨는 받아쓰기 칸 안에는 정갈하더니 메모지 앞에선 제멋대로 춤을 춘다. 아이도 어떤 경계선이 있으면, 그 안에 맞추려 필사적이 되나 보다. 아이에게 넓디넓은 경계선을 주도록 해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경계선이 너무 가까워서 정갈하기만을, 얌전하기만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바래야겠다.
아차차 오늘은 우리 부부의 날이지.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이다.
오늘의 우리 부부의 날이 값진 이유는
관계에 대한 서로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기에,
서로가 편안하고 신뢰감 있게 바라볼 수 있음으로 값지다.
이건 결혼기념일 우리딸의 축하편지.
이건 딸내미가 쓰라며 찔러준 메모에 써본 즉흥 시
우리 딸은 꼭 가족 똑같이 하자며 아빠에게 하나, 나에게 하나 찢은 수첩을 건넨다. 그거 내 수첩인데... 싶지만 말을 삼킨다.
무얼 쓸까 고민하다 써본 즉흥시.
마침 둘째 수유가 끝났고, 결혼기념일 겸 거의 2년 만에 마셔보는 맥주 두 캔에 헤롱 거리며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