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동생과 함께 아빠랑 씻으란 말에 아이는 엄마랑 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난 분리수거와 정리할 게 산더미라 거절했다.
두 번째는 낮잠을 한 번 밖에 못 잔 둘째가 배고픔과 극심한 졸림을 호소하며 날 따라다니자 분유를 타서 안방으로 들어왔을 때다. 분유를 먹으며 잘 것 같은 둘째 근처를 서성이는 첫째 아이. 괜히 둘째 아이 시선을 끌어 못 자게 하면 잠을 못 잔 짜증과 울음을 다 받아주고 재워야 하는 내 입장에선 첫째 아이의 행동에 예민해질 수밖에. 아이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침대에서 들썩이는 아이를 째려보았고, 그럴 거면 나가 있으라 했다.
세 번째는 굳이 안 해도 될 설거지를 찾아 하다가 아홉 시쯤엔 김장으로 인한 여파가 밀려와 빨리 눕고 싶었다. 아이 양치를 시키고, 책을 한 권만 읽기로 약속하고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붙들고 꾸역꾸역 책을 읽어주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한권 더 읽고 싶다고 떼쓰기 시작한 아이. 나는 너무 피곤해서 한 권도 겨우 읽었다며 드러누웠다. 아이의 감정은 격해졌고, 옆에 있는 아빠가 읽어준대도 싫다고 엄마가 읽어주면 좋겠다며 억지 떼를 쓰는 아이. 나는 피곤함과 짜증이 밀려와 전혀 받아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 짧은 시간에 아이를 3번이나 거절했다.
왜 아이를 혼냈을 땐 몰랐을까?
아이의 생떼에 잘 자던 동생이 깨자 간신히 붙잡던 이성이 끊어졌다.
아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등짝을 한 대 때렸다.
첫째도 둘째도 울어 젖히자 나는 처음으로 그들을 다 외면한 채 겉옷만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분명, 시댁에 가서 아이도 재미있게 잘 놀았고, 나 역시 단유를 기념하며 2년 만에 형님과 술잔도 한잔 기울이며 즐거웠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머님이 오늘 김장하면서 날 보며 아이들을 참 잘 키운다며 칭찬하셨는데... 나는 내 피곤함을 핑계로 괴물 엄마가 됐다.
뭐 분명 서러운 면도 있었다. 피곤한 몸뚱이 하나 내 맘대로 내가 원할 때 누울 수 없다는 게 서러웠다. 가족들 치다꺼리하는 사람으로만 전락한 이 싫은 기분이 서러웠다.
하지만 내가 그런 서러움이 있더라도 나는 아이를 그렇게 서럽게 울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 숨죽인 눈물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나는 피곤한 몸에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 좋은 글도 써지지 않고, 책을 읽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왜 이렇게 다정하게 해주지 못하는 엄마일까?
말 그대로 아이는 아이고, 어른은 어른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아이의 감정을 더 잘 들어주고 이해해줬어야 했다.
후회와 자책으로 잠들지 못한 채 있다.
아이들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도 오늘은 버겁게, 숨 막히게 들려온다. 왜 이렇게 육아는 힘든 것일까?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풀어도 풀어도 답을 모르겠다.
어렵고, 난해하다.
아이를 키우는 책임과 나는 과연 어떤 엄마가 될까? 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갑자기 이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날을 기억해놓기 위해 쓴다.
눈물을 훔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괴로움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있지만 나는 이 날을 기억해야만 한다.
아이보다 훨씬 어른인 내가 좀 더 감정을 잘 이겨내고 아이를 잘 지도할 수 있도록 나는 이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이 아픔을 딛고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훗날 내 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존재 자체를 의심하지 않고, 마음의 단단한 치유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오늘의 못난 나는
내일 다시 성장해야 한다.
이건 내 성장동력이자, 실패의 기록이다.
이 기록을 기억하기 위한 내 몸부림이다.
거절
일을 하며 거절당했을 때 나는 상처 받았었다.
사랑을 하며 거절당했을 때 나는 부서졌었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나는 가라앉았었다.
조금 아는 이에게 거절당했을 때 나는 기분이 별로였었다.
어른인 나도 거절이 이렇게 싫은데, 아이인 너는 어떨까?
어른인 나도 거절당하면 이렇게 상처 받는데, 아이인 너는 어떨까?
어른인 나도 거절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이인 너는 어떨까?
네 세상 전부인 엄마에게 받는 거절이란 네 세상 모두를 거절당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테지.
아~ 아이야. 좁디좁은 내가 너의 세상이라는 게 미안하고, 민망하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 탓을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 내 세상을 넓히는 방법 외엔 없다는 것을. 그게 유일한 해결책인 것을.
지금 나는 조금 두렵고, 힘들지만 내일 나는 너를 위해 있는 힘껏 다시 세상을 넓혀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