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에 빠진 아이, 공부습관 잡는 방법 1

by 데레사

게임에 빠졌던 중학교 2학년 K 이야기


중학교 2학년이던 K는 아빠의 권유로 국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K는 의욕이 없어 보였고, 눈을 마주치지 않고 책상만 바라봤으며, 대답은 주로 ‘예, 아니오’였다. 9월이라 여름 옷차림이어서 팔과 목이 드러났는데,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이제부터 우리 애가 공부를 하기로 했으니 잘 좀 이끌어 주세요."


K와 함께 대면하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전화로 이미 아이와 가정 상황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있었다. K아버지는 아들을 데려왔을 때 특별한 말은 별로 없었고, 그저 잘 부탁한다는 얘기만 했다. 아버지의 표정과 말투에는 걱정과 불안이 뒤섞여 있어 보였다.


K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내성적이고 평범한 아이였다. 5학년 말, K 부모의 이혼으로 그 때부터 아이는 조금씩 주눅이 들어갔다.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되면서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다녀오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컴퓨터밖에 없었다. 당연히 컴퓨터 하는 시간이 늘어갔고, 그로인해 아빠와 마찰이 생겼다. 마음을 잡아줄 사람이 없으니 학원을 빠지는 것도 예사였다. 음식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 아무거나 먹다 보니 아토피도 심해졌고, 병원에서도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토피는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대인관계도 기피하게 만들었다.


아빠가 선택한 방법은 '전쟁'이었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야단도 치고 컴퓨터의 전원 코드를 뽑아 회사로 가져가기도 했다. 아이가 심하게 반항할 때는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심리 상담도 받아봤지만, 지속적인 상담이 어려웠기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아빠와 다툰 날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새벽에 잠이 깬 아빠가 무슨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왔는데, 얇은 이불로 컴퓨터와 아들이 함께 덮어쓰고 몰래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깊은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컴퓨터를 못하게 막을 방법은 없었고 성적은 갈수록 바닥을 쳤으며 학원도 모두 끊었다.


아빠는 자신의 이혼으로 아들이 망가져 간다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던 그때, 한 직장 동료가 가족들과 캠핑 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형 텐트 안에 빔을 설치해 저녁에는 텐트 스크린으로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고 했다. 굳이 캠핑을 가서까지 게임을 하는 이유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란다.


아빠는 거실에서 아들과 함께 컴퓨터게임 시작

그날 이후 아빠는 모든 일정을 아들에게 맞추었다. 컴퓨터를 한 대 더 사서 거실에서 아들과 같이 게임을 시작했다. 급한 일이 아니면 일찍 귀가해서 아들과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같이 했다. 그런 날은 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게임과 관련해 아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처음에는 쭈삣쭈삣 설명하던 아들이 나중에는 얼굴에 생기가 돋았다. 게임이 끝나면 어쩌다 아들과 치킨을 시켜 먹고 맥주도 마시며 게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토피 때문에 치킨을 못 먹게 했었는데, 그것도 몰래 시켜 먹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먹고 싶은 것 먹게나 해주자' 싶었다. 언젠가 어느 기사에서 한 어머니가 아토피때문에 아이에게 치킨을 못 먹게 했는데, 그 아이가 죽자 차라리 실컷 치킨을 먹게 할걸 하며 회한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연을 본 것도 영향이 있다.


때로는 동료 가족과 캠핑을 가기도 했다. 대형 스크린으로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 아들은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듯했다. 낮에는 캠핑장에 있는 농구 코트에서 농구도 하고, 여름 방학 때는 집이 더우니 아예 PC방에 가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부는 접어둔 상태였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다.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2학기부터는 국어 공부 하나만 해 보면 어떻겠니?"

"네, 그럴게요."


아빠의 제안에 K는 마치 아빠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컴퓨터는 하되, 국어 공부만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 책 읽기부터 시켜야 할 것 같았다. 학원보다는 아들을 잘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개인 과외를 알아보았다. 그렇게 K는 나에게 왔다.


다음회차에 이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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