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아날로그 한글떼기 방식
아이를 키우면서 최초의 학습은 언어다. 아이가 한글을 익힐 때 순수 엄마표냐, 선생님 주도 엄마 보조냐, 순수 선생님표냐 이 세 가지다. 30년 전 우리 아이들 한글을 뗄 때에 100% 엄마표 한글떼기였다. 우리 큰 딸이 만 26개월쯤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은 교구도 다양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는 넘쳐난다. 얼마든지 쉽고 재미있게 엄마표 한글을 뗄수 있는 방법이 많다. 요즘 방법들보다 어쩌면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30년 전 아날로그식 엄마표 한글떼기를 공유한다. 그 때만 해도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이어서 한글떼기 정보는 티브이와 신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입소문이나 지인에게서 들었던 게 전부다. 그 당시 옆집 아이들은 한글나라 선생님이 와서 한글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돈도 없었거니와 연년생 아이들과 놀면서 직접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다.
그 당시 작은 아이는 10개월 무렵이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작은 아이가 혼자 일어서서 장농을 짚고 서 있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작은 아이가 일어섰을 때, 큰 아이가 장농에 붙어 있던 한글을 작은 아이에게 가르쳐주었다. 아직 언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던 때, 큰 아이는 한글을 뗐다.
장농에 붙어있던 '사과'라는 단어를 작은 아이에게 알려 주었다.
"투비(수빈)나 타가(사과) 해바."
"타가(사과)"
"타. 가(사과)해 보라고!)
"타. 가(사과)"
"아~~~앙! 타가(사과)란 말이야. 타가! "아아 앙 (울어버림)
내가 사과라고 알려 주었고, 큰 아이도 사과라고 알고 있는데, 본인의 발음이 아직 시읏 발음이 안 된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다. 큰 아이의 발음을 듣고, 작은 아이도 당연히 타가라고 발음했다. 작은 아이도 아직 시읏발음이 잘 안되던 때였다.
그 광경을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큰 아이가 기어다닐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다. 나도 배깔고 누워서 읽어주었다. 아이가 잠들면 내 책을 읽었는데, 어느새 기어와서 내 책을 잡기도 했다. 앉아있을 무렵부터는 같이 그림책을 보며 구연동화 형식으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글자는 몰랐지만 그림을 보며 내용을 이해했다. 그 때부터 조금씩 한글을 가르쳤다.
1단계 : 통 단어 익히기
그 당시 노벨과 개미 학습지를 구독했는데, 거기에 보면 통 단어가 나온다. 앞면에는 사과 그림, 뒷면에는 사과 글자. 그 학습지를 오리고, 우유팩을 네모로 오려서 사과 그림이 나오도록 붙였다. 우유팩 흰 부분에는 사과라는 글자를 네임펜으로 써 넣었다. 즉 단어 카드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사과라는 그림을 보여주고 무엇인지 말하게 했다. 아이가 사과라고 하면 사과 글자를 보여주었다. 여러 단어카드를 만들어서 방바닥에 쭉 펴 놓앗다. 그림을 보면서 사물 이름을 얘기했다. 나중에는 글자를 보고 사물 이름을 얘기했고 맞는지 카드를 뒤집어서 확인을 했다. 그렇게 통글자를 먼저 익혔다. 그 때 주변 또래 엄마들은 oo업체의 한글나라 방문교사를 통해 한글을 가르쳤다. 선생님에게 배우는데도 한글떼기가 꽤 오래 걸렸다.
2단계: 단문장 익히기
나중에는 조금 더 긴 글자를 썼다. 연년생 아이들과 나도 함께 마시다보니 우유팩도 작은 팩, 큰 팩이 있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고맙습니다. 물 주세요. 수빈아 사랑해. 수빈(동생)아 밥 먹자. 이렇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글자로 써서 읽게 했다.
그 카드들은 방바닥에 있는 카드 상자에 담아두고 수시로 반복해서 읽었다. 아이는 차츰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단어나 단문장은 모두 아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글자들 위주로 적었다.
3단계: 장문장 익히기
단어나 단문장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스케치북과 색깔별로 있는 수성매직펜을 사서 장문장을 적었다. 아이가 평소에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목욕을 했더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수박이 정말 맛있어요. 아빠 회사에 잘 다녀 오세요. 이런 문장들을 큰 우유팩에도 적고 장농에 붙여 두고 수시로 읽었다. 자음 모음을 익히지 않았고, 글자를 통째로 익혔다.
그랬더니, 한글을 문장으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둘다 30개월이 안 되어 동화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한글을 어느정도 읽고 나서 쓰기는 시작했습니다. 역시 통단어부터 바로 시작했죠. 자음 모음으로 시작하지 않구요.
쓰기도 평소에 아이가 말하는 단어들, 즉 일상의 사물, 자연물, 일상에서 하는 말들을 그대로 문장으로 만들면서 쓰기를 익혔습니다. 그랬더니 금방 쓰기도 되더군요.
요즘 의외로 6, 7세가 되었는데도 아직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문제는 없다. 천천히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스스로 동화책을 읽을 줄 알면 독서 습관을 빨리 잡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잡힌다. 글자를 읽을 수 있으니 동화책도 스스로 읽게 되었다.
아이들은 독서 습관 하나 만큼은 자연스럽게 잡은 것 같다. 나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해서 나중에는 나는 나의 책을 읽고 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읽으며 거실은 독서실이 되었다. 아이들이 유아때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접했고, 초등 저학년때 독서논술 공부방을 하면서 아이들의 독서는 일상이 되었다.
유아때 독서습관을 잡아 놓으니,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독해력과 교과서 이해력이 잡히니까 따로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초등학교때부터 스스로 책을 읽게 되었죠. 독서 습관은 집중력을 높여주니까,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자연스러운 독서습관을 가지려면 유아때부터 독서의 흥미를 가지는게 좋다. 단 책 읽기가 재미있고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