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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양병원 간병사에게 용돈주기는 소용없는 일

친정엄마의 2017~2018년까지 요양병원이야기 (2018년에 운명)

by 데레사


요양병원의 어르신들에게 치료는 의료진이 하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간병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았다. 의사의 처방, 간호사의 복약지도, 환자상태 살피기 등은 치료적 부분이다. 그런데 그 외 식사, 청결, 세밀하게 불편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건 간병사다.


간병사의 태도에 따라서 친정엄마의 상태가 좌우되기도 했다. 간병사가 정성을 들이면 식사도 잘하고 기분도 좋아지는데, 간병사들이 상처를 주거나 기겁할 정도의 행동을 하면 컨디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초기 치료가 중요해서 개인 간병사가 24시간 엄마를 돌보게 했다. 한 달에 간병사 비용만 270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그 간병사는 엄마를 일일이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용변을 보게 했는데,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라서 가장 힘들다고 했다. 엄마를 부축해서 휠체어에 앉히고, 화장실 변기에 또다시 앉히고, 뒷정리를 해 주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우리 형제들은 간병사에게 읍소하듯 잘 부탁한다고 얘기하면서 간병사 호주머니에 이 사람 저 사람이 잘 봐달라는 뇌물성 용돈도 넣어주었다. 몇 번을 주었는지, 얼마를 주었는지 서로 파악도 안 되면서 그렇게 했는데도 간병사는 우리가 갈 때마다 이런저런 힘든 사항들을 호소했다.


엄마가 너무 이것저것 요구한다며 힘들다는 거였다. 왼쪽 전체 편마비가 와서 양손을 써야하는 일은 할 수가 없었고,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우리가 비싼 돈 주고 개인 간병사를 두는 이유가 사소한 것까지 엄마를 봐 달라는 차원이었는데, 그 간병사는 엄마에게 친절은커녕, 자신의 업무가 힘들다는 것에만 생각이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간병사를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엄마의 수족이 되어 주는 것에 늘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했고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행여나 우리의 사소한 말로 간병사의 마음이 언짢아져 그게 엄마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약간은 전전긍긍하며 대한 면도 있었다. 그래도 구체적인 엄마의 요구를 듣고는 간병사에게 요구할 건 했다.


늘 불평만 하는 간병사는 말 한마디, 말의 억양, 손짓 하나라도 엄마에게 정성을 들일 리가 없었다. 나중에 사 든 생각이지만, 보호자들이 용돈을 준다고 해서 간병사의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었다. 간병사한테 돈만 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차피 엄마의 모든 치료비와 간병비를 우리 형제들이 갹출해서 부담하는 상황이다 보니, 치료비와 병원 드나들면서 드는 비용들도 상당했다. 거기다 간병사 용돈까지 챙겨주었다. 명절이면 제법 좋은 선물을 드리기도 했다. 지나고보니 , 굳이 용돈까지 주지 않아도 되었다. 가끔씩 부담 없는 선물 정도를 감사의 마음으로 줄 수는 있으나 보호자들에게서 용돈을 받는다고, 환자에게 더 잘해주는 건 없었다. 간병사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서 환자에 대한 친절 정도나 청결 관리가 달랐다.


간병사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동을 못하는 환자의 손발이 되어 주는 업무를 맡은 이상 환자의 세밀한 요구를 도와주어야 한다. 개인 성향에 따라서 환자에 대한 태도는 달랐다. 예를 들어 식사 시간에 생선이 나오면 가시를 발라주어 환자 숟가락에 얹어 준다든가, 입맛이 없다며 안 먹으려고 해도, 한 숟갈만 더 먹어보자며 먹이려고 하는 모습은 고마웠다.


24시간 개인 간병사를 두면서 느낀 건, 보호자가 자주 드나들면서 환자를 살피고, 간병사의 태도 등을 봐야 한다. 그렇다고 내 부모 모시듯 해 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그들은 그저 돈을 받고 환자의 수족에 도움을 줄 뿐이다. 보호자가 간병사에게 너무 이것저것 요구해도 안 좋다. 간병사의 불만은 결국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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