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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네 Oct 26. 2024

끝과 시작, 나에게 맞는 선택을 찾아

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 #2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중, 갑작스러운 전화 면접을 끝냈다. 그런데 곧이어 전화기가 다시 한번 울렸다. 발신인은 호호요가에 구인 글을 올린 장본인이지만, 센터 담당자는 아니었던 의문의 여성분이었다.

??: “쌤~ 주민센터랑 이야기는 잘 되셨나요?”
나: “ 네! 다음 주부터 수업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지금 일하고 계신 선생님이신거예요?”
??: “네. 맞아요!”


의문의 여성의 정체는 햇님반 전임 요가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전임 선생님은 잘 됐다며 좋은 곳이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는 말들을 해주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던 것 같다. 이 기회를 활용해서 정보를 좀 미리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먼저 리스크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선생님. 혹시 그만두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전임 선생님은 자신이 수업을 너무 많이 잡아버려서 힘이 들어 그만두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회원 분들도 너무 좋은데 아쉽다며 말이다.



“그럼 전에는 수업 강도가 어떻게 되었나요? 어떤 수업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요.”

나는 요가 수업을 요가원에서만 들어봤기 때문에 주민센터에는 어떤 수업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안 그래도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리던 차였다.



“난이도는 무조건 힐링!”


전임 선생님은 확신에 차서 대답해 주었다. 다들 할머니들이셔서 난이도를 어렵지 않게 힐링으로 진행하셨다고 한다.


책 <요가 디피카> 중, ‘자누 시르사’ 아사나를 안내하는 도표


“뭐. 파스치모타나사나만 해도 힘들다고 뭐라고 하셔가지구, 어휴. 해도 자누 시르사아사나 정도?”


전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기 시작했다. 아마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요가를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서 힘들어하셨던 것 같다. 할머니들이 뭘 해도 어려워하시니 말이다.


평소 본인이 했던 수련이나 TTC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도 하다. 그만두시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아차 싶으셨는지 재차 회원분들 좋으시다는 말을 전하시다 전화를 끊었다. 선생님은 기껏 후임을 구했는데, 내가 수업을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임 선생님이 그만두시는 이유를 눈치껏 알게 되버렸다. 나도 전임 선생님과 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될지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 맞는 환경이 다 다르니 말이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전임 선생님이 느낀 어려움들이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햇님동 주민센터는 장점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 사전 정보모음!


(+) 수업 난이도 쉽게 조정 필요.

내게 익숙한 난이도의 수업을 회원들이 어렵게 느낀다면, 쉽게 조정하면 된다. 평소에 하는 것보다 힘든 강도의 수업을 해내는 것보다, 난이도를 낮게 조정해 안내하는 편이 수월하다.


(*) 주로 시니어들이 찾아오는 수업.

시니어 수업에 익숙해지는 것도 앞으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나쁘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내 몸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대체로 없지 않나 싶어, 지자체 지원 없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노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운동’ 분야가 가치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 신뢰할 수 있는 센터.

프리랜서 요가강사로 일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임금 체불로 피해를 입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민센터 요가수업은 지자체에서 하는 일이니 임금 체불 걱정도 없다.


(+) 오전 수업 2연강.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이후 여기저기 대강을 다녀보며 다양한 환경과 시간대에 수업을 해봤는데. 나는 오전 수업을 했을 때가 더 컨디션이 좋았다. 햇님동 주민센터는 아침 수업이다. 게다가 수업 2개씩 연강인 게 아니겠는가. 너무 좋다.


(-) 강사료가 약간 평균에 못 미친다.

수강료가 매우 싼 탓에 강사료도 같이 싸다. 강사료가 시장 평균가만큼은 가지 못해 아쉽긴 하다. 시장 평균 강사료가 수업당 3만원인데, 이것도 10년간 오르지 않은 가격이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는 떨어졌는데, 임금은 그대로라니!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전업으로 요가강사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돈을 적게 주는 곳인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경력을 이제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전임 선생님은 햇님동 주민센터가 빨리 그만두고 싶은 장소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게 도움이 되어 주려 한 선의와 상냥함은 진실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임 선생님에게 얻은 조언을 활용할 수 있어 든든하다.


첫 수업은 이전 선생님이 일러준 대로 힐링 난이도의 수업을 준비했다.




초보강사를 위한 팁: 질문하기!

감사하게도 요가 필드에는 친절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임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필요한 정보를 몇 가지 질문해도 좋을 것 같아요. ’회원들의 나잇대‘, ’선호하는 수업 난이도‘, 또 ’이전에 진행한 수업스타일‘ 등을 물어본다면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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