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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12. 2024

죄와 벌



아빠는 사람은 좋은데 

약간 눈치와 코치가 없다. 

책을 사랑하는 인간들은 원래 다 그런 걸까?

중2 생일날 아빠는 내게 죄와벌을 선물했다. 

나는 여느 여중생처럼 화장품을 선물받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빠는 화장품이 아니라 

내게 죄와 벌을 선물로 줬다.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살면서 이해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고전을 많이 읽어두라 했다. 



나는 책을 받고 실망했지만,

다시 생각했다. 

이것은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벌은 남이 주는 게 아니다. 

자신 스스로 받는 것이다. 

죄를 죄로 인식하는 순간. 

죄는 곧 벌이 된다. 


살아있다는 건 벌일까?

인간 안엔 저마다의 죄가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고통 속엔 고통만이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치욕스러운 순간에도 살아내는 게 인간이지 않을까. 

인정하고 사과할 때. 

사과하면 용서해주는 세상은 언제 오는 걸까?


나는 죄가 많기 때문에

사과하고 용서받고 싶다. 

하지만, 용서받았다고 해서 내 죄가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걸 깨닫는 것이 곧 죄와 벌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시의 자리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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