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으로 시작하는 한 문장이었는데
반토막짜리 기억은 나머지 뒷문장이 무엇이었는지
끝내 알려주지 않고 날아가버렸다.
어젯밤, 잠들기 전 떠오른 문장은
그 시간, 그 장소에 저장되어 있을 텐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상황은 생각나지 않지만
감정은 뚜렷이 기억나는 이유.
가만히 있어도 청춘이었던 어느 날
왜 혼자였는지
왜 애꿎은 거친 비를 맞으며 자신을 차가운 밤에 던져놓았는지.
시공간은 상황을 날려 보냈지만
감정만은 내 몸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현듯..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무엇이었을까.
감정이 문장을 삼켜버렸다.
그림 Mika Ho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