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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피어 오른 꽃 Aug 09. 2023

[발리 한 달 일기 02] 환상의 섬 길리 T

사랑하는 엄마아빠와 환상의 섬 길리로 향했다.


드디어 '길리 T'를 가는   날이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Blue water express'의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조금 비싸도 이 회사 것을 하길 잘했다. 덥건 비가 오건 짐을 옮겨주고 숙소까지 Pick up / drop off 해준다. 그리고 배가 쾌속이다.

보트를 타러 가는 길

 쾌속이 필요하단건 돌아오는 날 더더욱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가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멀미는 폭풍 검색으로 알게 되었던 일본 멀미약 '아네론' 덕을 정말 많이 봤다.

 흔들 흔들 덜컹 덜컹 위 아래, 양 옆으로 마구 흔들려대는 보트 안에서도 무사히 길리 T까지 완주했다. 가는 길은 한 2시간 50분 걸렸나 보다.

길리의 맑디 맑은 바다

 길리에 도착하니 해가 엄청 뜨겁고,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 마차를 타고 다녔다. 차가 없고 오토바이가 없으니 매캐한 매연이 없다는 점. 눈앞을 가리는 것 없이, 넓은 바다와 백사장을 바라보며 따라 돌 수 있는 작은 섬이라는 점이 제일 먼저 느껴졌다.


이날부터 용과주스에 중독되었다.

 내가 길리를 가장 기대했던 이유 중 하나인 Pondok santi estate. ( 마지막 남은 객실을 잡았던 Lucky 한 새벽 밤을 잊지 못하겠다.)

 신선한 과일로만 갈린 웰컴 주스부터 언제 어디서든지 상냥하고 순박하게 웃어주는 직원들까지 역시 기대한 것과 같았다.


 길리에서는 부모님의 remind wedding 사진을 찍어드리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해가 너무 강해도 사진은 예쁘지 않으니 해가 살짝 지려하는 오후 4~5시부터  예쁜 리조트 안을 돌아다니며 찍어보자 했다.  

 이 날을 그리며 직접 구매하고 발리까지 실어온 셔츠와 드레스, 화관과 부케, 부토니에까지 꺼냈다.  

사랑스러운 엄마 아빠

 부모님이 부끄러워 주저하실 줄  알았는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적극적이셨고, 아빠마저 옷 테도 살려보려 노력하셨다.

 해보지 않던 어색하고 오그라드는 포즈들에 몸은 굳어 뚝딱거리고, 부모님은 서로 마주 보는 것도 힘들어하시고, 그 와중에도 티격태격하시는데, 어떻게 예쁘게 담아내야 할 지….

 난감한 마음을 감추고, 어찌 되었든 계속 찍어보았다.


그런데 웬걸? 사진에 찍힌 아빠 엄마는 그야말로 맑고 수줍은 소년 소녀 같으셨다.

 오히려 멋을 내고, 유려한 포즈를 뽐내는 프로페셔널함이 없는 것이, 두 분의 새하얀 웃음과 성품을 잘 닮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집쟁이 아저씨 같이 꼬장꼬장해 보이던 아빠도, 한국에서는 온갖 걱정에 휩싸여 살며 움츠렸던 엄마도.

 그들의 영혼은 영원히 호기심 많고 기대감 가득한 소년 소녀인 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 사진은 고스란히 담아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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