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길리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발리로 돌아가는 날. 이날은 엄청나게 흔들려댄 배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월미도의 디스코 팡팡처럼 (돌지는 않지만) 엉덩이가 붕붕 뜨는 느낌에다 배가 조각날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며 3시간여를 달렸다. 하지만 역시나 무적 멀미약을 먹어서인지 멀미하는 사람 하나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발리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시끌벅적함 없이 소담 소담했다.
저녁에는 우리가 묶던 꾸따의 호텔에서 크리스마스이브 디너가 있어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했다.
캐럴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시원해 보이는 파란 트리를 배경으로 컨트리 팝을 듣고 있자니 흥이 조금씩 올랐다.
엄마 아빠와 여행 마지막 날 밤이었기에, 지난 일주일간의 여행이 벌써 추억이 될까 아쉬워 쉴 새 없이 나누고, 문득 한국에 남아있는 동생을 그리워했고, 발리에서 우리를 가이드해 줬던 Adi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빠 엄마는 이런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해짐을 새삼 실감하시며, 지금 당신들은 매우 행복하고 고맙다 하셨다. 나도 그런 엄마 아빠를 보며 매일을 책상 앞에 매여있어야 하는 직장인의 삶에서 이런 틈을 내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한번 더 감사함을 느꼈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작별의 날이자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가 계시던 JAVA섬으로 으로 가시는 날. 아침을 먹고는 엄마가 뜬금없이 신이 났다. 팔짝팔짝 뛰면서 아빠를 놀리시듯 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이 실소가 터지다가도 이내 본인의 할 일을 하는 아빠에게도 무뚝뚝한 다정함이 보였다.
아빠는 500만 루피아부터 100만 루피아와 50만 루피아, 2만 루피아까지 골고루 세심하게 챙겨주시며 남은 나의 여행 일정을 살뜰히 챙겨주셨다. 아빠의 내색 없이 보여주시는 투박한 행동에 마음이 뭉근해진다.
엄마 아빠와 허그 후 나는 차를 타고 우붓으로 향했고 KU guest house로 왔다.
그곳에는 novika가 있었고, 숙련된 친절함으로 방을 안내받았다.
이제부터는 혼자만의 여행이라 생각하니, 막상 그렇게 기다렸던 요가 여행의 시작임에도 마음 한편이 괜스레 시려진다. 크리스마스 저녁 밤을 홀로 보내려는데, 게다가 우기의 발리는 비까지 엄청나게 쏟아부어 댄다!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YIN YOGA를 시작으로 YOGA BARN에서의 첫 수업을 들으러 향했다.
해도 지고 비도 우렁차게 내리는 바람에 거의 가는 길이 귀곡산장 수준이지만, 발걸음을 조금 더 씩씩하게 내딛으면서 앞으로의 여행에 기대감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