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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피어 오른 꽃 Apr 26. 2024

기록하는 자, 달라질지니

저질체력의 회사생활 해내기


운동 선수도 아니고 웬 기록이냐고?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운동,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단순한 것이 좋은 나도 역시 그랬고.

그저 오늘 하루 헬스장을 가서 땀 흘리고 몸을 쓰면 언젠가는 건강해리라 믿고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운동을 했다.

PT를 받으면서도 선생님의 코칭을 따라가기 바쁘고 힘들어, 운동을 마치고 나면 막상 내가 오늘 얼만큼의 무게에 어떤 운동을 어떤 포인트로 해냈는지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깨 펴고! 앞발에 힘주고! 허리 말리지 않게! 고관절 접고! 등등의 수많은 지령을 따르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아지경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PT를 2년 가까이 해온 시점에 이르렀는데도, 내가 하는 운동은 무엇이라 불리는지, 나 혼자서는 어떤 운동을 어떤 무게로 몇 세트를 하는 게 맞을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꼼꼼한 선생님의 경우는 PT 일지를 작성해 공유해주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는 그런 정보를 공유받지도 못한 터였다.


A는 그런 나에게 '그렇게 운동을 하면 헛한 거야! 현재 수행 가능한 정도를 파악하고, 그 수준에서 점점 높여나가야지, 체계 없는 방식으로는 체력과 능력치를 올리지 못한다고!'라고 따갑게 조언했다.


그때부터 나는 다소 귀찮지만, 매일  PT를 받고 난 후 내가 한 운동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봐가며, 무게와 자세 포인트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동 명도 몰라 핸드폰 메모장에 나만의 언어로 써나갔다.

kg을 ㅋ로 표현하고, 가슴 미는 기구 하며, 물푸듯이...라 적은 포인트는 기가 막힌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기록하기에 좋은 APP들이 나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터넷 검색과 PT 선생님, A에게 물어봐가며 운동명에도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

그런 덕분에 나는 2년 반여 간을 해오던 PT를 졸업하고, 드디어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운동 루틴과 적정 무게를 설정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의 운동'이라는 APP을 쓰고 있다. 매일 운동을 못하더라도 하루 하루 채워나가며 뿌듯한 기분을 느껴보자 :-)


지금도 나는 계속 운동을 기록하고 있다.

날에 따라 컨디션이 좋은 날도, 좋지 못한 날도 있으니, 매일을 똑같이 운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날 운동한 것을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내 머릿속에서는 그 기억을 왜곡해 운동을 더 한 것으로 혹은 덜 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전에 도전해 봤던 무게에서는 몇 회까지 수행 가능했는지를 기록해 둠으로써, 그 이후에는 그 무게/횟수는 기본으로 할 수 있고, '이번에는 조금 더 높은 무게를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을 이끌어내게 된다.



나는 공황장애에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체력만큼이나 공황장애 극복에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참고 : 책 [공황장애 극복의 시작]


공황으로 인해 강한 공포심이 들고 나면 그 트라우마로 인해 예기 불안이 상시 존재하게 되는데, (머릿속에서 어느덧 '나는 늘 공황이 있다. 위험해!'라고 인식을 왜곡하게 된다.)

내가 실제로 공황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발생했고, (숫자로 0-10까지 강도로 표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으며,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 들었고 어떤 대처를 했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해 놓음으로써,

나는 생각보다 공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며칠에 한 번씩 발생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한 달에 한 번 혹은 그보다 적은 빈도였어.'로 교정된다.)

또 공황이 발생하면 항상 내가 대응이 곤란할 정도로 당황하게 되는 증상에 대해서도, 기록을 통해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이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는데,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했었지?'를 인지하고 나면,  공황발작이 일어나도 대부분은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금세 평안을 찾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기록을 하고, 한 번씩 들춰보는 것에서 오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를 다잡게 해주는 나의 길잡이가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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