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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 May 02. 2018

청산도의 염소 모자

그림일기


 20180421



 지리청송바닷가 가는 길에 풀섶에서 뛰어노는 염소 두 마리를 만났다. 반가움에 달려가니 커다란 염소는 흑갈색 털빛에 뱃구레가 퉁퉁했다. 말뚝에 묶여 있었지만 목줄이 길어서 4월의 햇살 속에 맘껏 풀을 뜯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염소는 큰 종잇장을 물고 장난치다가 다시 뛰어다니곤 했다. 


 “아하, 어미와 새끼구나!”


 새끼는 말뚝에 묶지 않아도 어미라는 말뚝에 묶인 탓에 아무리 앞발을 높이 들고 달려가도 어미 곁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어미는 묶여 있는 게 화가 났는지 송아지만한 몸집인데도 쉬지 않고 풀을 먹고 또 먹었다.


 “냠냠냠냠냠냠, 어지간히 먹어대는군!”


 어미의 젖을 떼고 풀을 뜯는 염소가 행복해보였다. 인간이라는 괴상한 동물은 새끼가 다 자라서 다시 새끼를 낳을 때조차 아무것도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매애애애애애애애~”


 염소 모자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어린 염소가 고개를 갸웃, 울음소리가 날 때마다 어미를 쳐다본다. 어미는 심투룽한 얼굴로 그런 새끼를 흘끔 바라본다.


 “뭐야, 저 울음은?”

 “사람이야. 걱정할 거 없어. 그냥 뛰어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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