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생기는 물음표들
난 왜 이렇게 자라지 않는 걸까. 내 주변에 심어진 씨앗들은 이미 움트고 쑥쑥 자라고 있는 듯한데. 모두가 뚜렷한 이정표를 세우고 저만치 달려가는데 나만 출발선에서 주춤거리는 것만 같다. 남들은 이미 ‘재생’ 버튼이 눌렸는데 혼자 ‘일시 정지’에 머물러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두 눈을 크게 떠봐도 사방에 안개가 자욱이 깔린 듯 나의 길은 결단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심장이 팔딱팔딱 뛰며 초조해지고 불안하다.
알고 있다. 이렇게 마음만 날뛰어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음을. 그렇기에 더더욱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지 말라고 손을 휘휘 저어도 자꾸만 내 안에 멋대로 불시착한다.
어릴 적엔 또래보다 한참 왜소한 몸집이 고민이었다. 키는 스무 살 때까지 자란다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스무 살이 지나도 여전히 난 작은 키였다. 이제 이런 고민은 관두자 싶어 놓아줬는데도 발이 여전히 무거웠다. 가만히 밑을 바라보니 더 무거운 인생이라는 고민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난 왜 멈춰있지?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
해가 지날수록 물음표는 사라지기커녕, 늘어만 간다. 정작 늘어야 할 느낌표는 어딘가로 도망간 지 오래다. 여러 물음표에 잠 못 이루는 밤 또한 늘어가고 마음을 괴롭혀댄다.
이렇게 최근 이런저런 고민이 극에 달하며 애써 다잡던 마음이 다시 무너졌다. 집에 안 좋은 일까지 겹치게 되며 매일 같이 쓰던 글도 멈췄다. 손가락 까딱하기 힘든 무력감에 시달렸다. 전처럼 숨 막히게 아픈 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왔다. 온몸이 무거웠다.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다 결국 어느 차가운 저녁, 아빠와 밥을 먹다가 참지 못하고 울음이 터져버렸다. 자주 우울함과 무력감에 빠지는 나를 알았던 아빠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다만 잠자코 내 말을 들어주다가 입을 열었다.
“너는 너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빠는 널 보고 있잖아. 걱정하지 마. 넌 분명히 성장하고 있어. 분명해.”
그 말 한마디에 마음 한 곳 검은 응어리가 조금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의 진심 어린 눈빛과 고요한 집안, 창밖에 들리는 커다란 바람 소리. 그날 밤은 어제의 밤 보다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타자도 두드려본다.
아빠는 언제나 나에게 위로를 주는 큰 사람. 정작 지금 위로가 절실한 건 아빠일 텐데, 난 이 말 한마디도 전하기 어려운 너무도 작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