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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07. 2020

퀴어 느와르는 아닌 것 같은데

백 세 번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보고


참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개봉 시기에 감독이 트위터로 스스로 무덤을 팠고, 동시에 별점 테러도 불렀다. 그런데 그 문제의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불한당원이라는 팬클럽(?)이 나오고, 재개봉이 이뤄지기도 하고, 별점 테러를 당했음에도 네이버 평점 8점대를 유지할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트위터라는 SNS 특수성과 영화의 성격을 비추어봤을 때, 단순히 잘 빠진 느와르라서 이 정도의 지지를 받지는 않을 테고 퀴어 영화를 표방한다는 점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후기나 감독의 인터뷰, 배우의 인터뷰 등을 보기 전까지 이 영화에서 멜로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사실 기획 의도를 알게 된 지금도 장면 하나하나에서 멜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이정재를 아끼는 장면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한당을 퀴어 느와르 혹은 멜로 느와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스토리 면에서 접근이 다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는 사실상 정답에 가까운 영화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무간도는 말 그대로 전설로 남았고,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는 스콜세지 감독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다. 그리고 무간도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그래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우리나라의 신세계도 꾸준히 속편이나 프리퀄 떡밥을 뿌리며 십수 년 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간도가 구축한 스토리와 등장인물 간의 관계, 찝찝한 뒷맛을 벗어난 새로운 언더커버 스토리는 상상이 어렵다. 


**이하 스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다. 임시완과 설경구 주연의 불한당은 “형, 나 경찰이야.”라는 딱 한 대사로 새로운 언더커버 스토리로 만들었다. 진짜 정체를 숨긴 채 뒤통수를 쳐야 하는 다른 언더커버 스토리와 다르게 자신의 정체를 직접 밝힌다. 그동안 본 적이 없는 스토리이니 그 이후의 스토리는 예상도 어렵고, 그만큼 몰입하게 된다. 확실히 그 이전과 이후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초반의 오글거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이때부터 확 줄어들었다. 초반에는 마치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에서나 나올법한 막 나가는 감옥이 나오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저런 감옥이 있을까 싶었다. 재호(설경구)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강하고 무자비한 캐릭터인지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게 사실이다. 초반에는 그저 프롤로그 하나만 아주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느꼈지만, 김성오는 건달을 해야 한다 :) 


임시완은 여리게 생긴 마스크이지만 의외로 이런 역할도 잘 어울렸다. 물론, 미생의 장그래만큼 잘 어울리는 역할은 쉽게 나올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설경구 주연 영화는 타워와 감시자들 이후 처음이라 정말 오랜만에 본 셈인데, 이병헌과 함께 연기로는 깔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 아닐까. 초반에는 재호의 섬뜩함을 드러내기 위함인지 하이톤의 웃음소리가 영 어색하고 껄끄러웠는데, 그 점만 제외하면 재호라는 캐릭터를 잘 그려낸 것 같다.


트위터에서의 열렬한 지지를 보고, 감독이 스스로 묻어버린 비운의 명작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 그래도 스토리가 흔해 빠지지 않고, 연기도 훌륭하니 이 정도로 끝나기에는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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