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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pr 15. 2019

의지를 갖는 AI와 공존할 수 있을까

마흔 다섯번째 영화, 엑스 마키나를 보고

이야기는 하나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의지가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개발된다면?”이라는 가정.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달한 로봇의 등장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얼마 전에 봤던 알리타를 비롯,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이 영화에 나온 적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이 영화의 분위기가 달랐던 것은 불안요소를 많이 안고 가기 때문이다.


에이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구글 같은 최대 검색 회사 블루북에서 만든 프로토타입으로, 지능 수준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로봇이다. 인간에게 지시받은 대로 움직이고, 인간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훨씬 뛰어난 터미네이터와 달리 에이바는 어디로 움직일지 모른다. 실제로 만든 사람 조차 확신할 수 없는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인데, 이 불완전함이 주는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이 헬기를 타고 한참을 와야 보일까 말까 하는 외딴곳이라는, 즉 거대한 밀실이라는 설정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에이바의 존재 등 외딴곳에서 미지의 존재와 함께 한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에이바를 만든 네이든 (오스카 아이삭)을 제외하면 이런 형태의 로봇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고, 심지어 감시자의 눈을 피해 이야기와 표정을 달리하는 로봇을 마주하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 머릿속으로는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도, 막상 맞닥뜨리면 어떤 감정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감정에 휘둘리기 딱 좋은 피실험자 칼렙의 등장으로 그 불안함은 한층 더 커진다.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처럼, 스펙터클한 SF와 달리 저예산 SF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엑스 마키나도 잘 만들어진 저예산 SF 영화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세트에서 진행되고, 일부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딱 4명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중에서 대사가 있는 역할은 3명 밖에 없다. 오로지 스토리와 연기, 시각 효과로 끌고 가는데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인물도 적은데 정적 화면이 계속 나오거나, 아무 의미 없는 그저 걸어가는 장면을 오래 비추는 장면들도 많아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차라리 영화를 80~90분 정도로 짧게 만들어서 속도감을 높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결말은 좀 무섭다. 로봇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기술보다는 윤리와 법이 될 것이라는 것을 한 장면으로 보여줬다. 영화가 끝난 이후의 이야기를 더 상상하게 만드는 결말이라 여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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