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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ug 01. 2019

독보적 여성 원탑 액션

일흔두 번째 영화, 악녀를 보고

대놓고 ‘아저씨’를 표방한 영화들이 있었다. 같은 감독의 우는 남자를 비롯, 공유의 용의자, 이시영의 언니 등. 김옥빈의 악녀 또한 이런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개봉 당시에 여러 긍정적인 기사와 극과 극 평가에 호기심이 생겨 극장에서 봤었다.

나와 아내는 나름 재미있게 본 데다, 액션씬이 화려하고 강렬해서 꽤 흥행에 성공할 거라 생각했는데, 10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마무리가 되어 의외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다시 하길래 후반부만 다시 봤는데도,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다 묻힐 영화는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이 영화가 SKY 캐슬 이후에 개봉했다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 쓰앵님 성격이 드러나는 영화 중 하나이니.

일단, 혹평을 받는 이유에도 공감한다. 짜깁기가 좀 과하다. 킬 빌을 심하게 베꼈다. 나는 니키타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니키타는 더 베꼈다고 한다. 특히, 킬 빌 1편에서 우마 서먼의 과거를 그린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강렬한 파트를 그대로 그렸다. 거의 실사화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 극장에서 볼 때 “어디서 이런 장면을 봤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전에 킬 빌을 다시 보니 바로 그 장면이 그대로 나왔다.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저격 총을 겨누는 모습 또한 어디서 본 느낌이다. (킬 빌에서는 칼을 사용)

그럼에도 액션은 강렬하다. 국내에서 이렇게 여배우를 메인에 내놓은 액션 영화가 없었을뿐더러,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칼을 쓰는 액션이 많아서 굉장히 잔인하고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 잔인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시작부터 피가 철철 흐르는 액션 씬이 다소 버겁긴 했지만 , 촬영기법이 특이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핸드헬드 촬영 방식이라 화면이 마구 흔들리기 때문에, 반복되면 피곤하겠지만 몇몇 부분에서만 쓰여서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스토리는 크게 남다를 것이 없기에, 이 영화는 몇몇 인상적인 액션 장면으로 기억된다. 초반부에 1인칭 FPS 게임처럼 주인공의 시선으로 싸우는 장면에서 3인칭으로 시점이 전환되는 장면, 달리는 차에서 마을버스로 옮겨 타는 장면, (비록 앞에서 까긴 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상태로 저격하는 장면,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장검으로 싸우는 장면 등은 영화의 맥락과 관계없이 굉장히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전체 스토리와 캐릭터, 맥락까지 딱딱 맞아떨어지면 최고로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존 윅 또한 이 모든 일이 개 한 마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납득하면서, 이 영화에만 그렇게 엄격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을까.

예전에 아저씨를 친구들끼리 우르르 가서 봤는데, 극장에서 나올 때 “와… 원빈 진짜 멋있네”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와… 김옥빈 진짜 멋있네”라는 얘기를 했었다. 확실히 액션만큼은 안 뒤진다. 찾아보니 악녀가 미드로 제작되기도 하고, 감독이 파일럿 에피소드를 연출한다고 한다. 김옥빈이 아닌 다른 악녀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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