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여섯번째 영화, 위대한 쇼맨을 보고
최근 몇 년 간 좋은 뮤지컬 영화가 많이 나왔다. 2016년 라라랜드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미녀와 야수, 2018년에는 맘마미아 2가 나왔고, 전부 국내 흥행 성적도 좋았었다. 라라랜드는 거의 신드롬 급으로 화제가 됐었고. 이 3개의 영화처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견줄만한 뮤지컬 영화가 이 사이에 개봉을 했었다. 바로 2017년 말에 개봉한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 쇼맨이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흥행 성공을 해서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뮤지컬 영화는 괜찮다 싶으면 극장 가서 보는 편이라 위대한 쇼맨도 극장에서 봤었는데, 극장에서 놓쳤으면 좀 아쉬웠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사실, 스토리는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어서 초반엔 좀 졸리기도 했는데 (사실,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스토리가 특별치가 않기도 하다. 라라랜드 같은 의외의 결말을 제외하면), 음악과 쇼 연출이 정말 좋았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말이 좀 많았던 영화 중 하나다. 온갖 기인들을 모아서 서커스를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은데, 의외로 이 영화는 실화라고 한다. 휴 잭맨이 연기한 P.T. 바넘은 실제로 사기꾼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여기서는 너무 미화됐다는 이유로 말이 많았었다. 그런데 그런 점을 뒤로하고, 그냥 이 영화를 뮤지컬 영화로만 바라본다면 뮤지컬 영화로서는 굉장한 미덕을 갖춘 영화다. 뮤지컬 영화의 시작이자 끝인 OST가 좋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음악이더라도 더 좋게 느껴지고, 더 오래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같은 곡을 영화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음원으로 들었을 때와 영화 속에서 멋진 장면과 함께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감동은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 뮤지컬 영화는 영화를 본 후에 OST를 습관적으로 듣게 되는데, 이 영화의 OST는 정말 거를 곡이 없다. 보통 OST를 앨범으로 들으면 거르는 곡이 있기 마련인데, 이 앨범은 거를 곡이 없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곤 한다.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아하는 곡과 퍼포먼스가 있다. 제니 린드 (레베카 퍼거슨)가 부른 Never Enough는 결혼식 축가로 쓰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이 너무 없을 것도 같고 불러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던 곡이기도 하다 :)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필립 칼라일 (잭 애프론)과 앤 휠러 (젠다야)가 부른 Rewrite the Stars. 노래도 노래지만 퍼포먼스의 연출이나 눈빛이 좋아서, 계속해서 다시 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루저들의 반란을 그리기도 했고,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두 커플이나 다루기도 했다.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지지해주는 가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다 부차적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음악이다. 그리고 그 음악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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