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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5길_꽃꺼끼재~함백산 소공원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운.탄.고.도

by 배정철 Sep 02. 2023

5길 꽃꺼끼재~만항재 15.70km, 5:15, 1067~1330m

- [아침 이동] 호텔-<택시, 12분>

- [5길 트레킹] 꽃꺼끼재(7:30)-1177 갱-운탄고도 쉼터-하이원 cc 갈림길-약수터-함백산 소공원(13:00)

[원점 회귀] 함백산 소공원-<1.9km 도보(약 35분)>-만항정류장-<만항(57(적조암 방면) 13:51, 15:46/0:17, 8개 정류장 농협정류장 하차>-고한역-<13:29,16:46,19:39/7분>-사북역-<도보 10분>-그랜드인투라온 호텔(5박)

- 볼거리: 도롱이연못, 만항재


1. 꽃꺼끼재에 꽃을 꺾으러 왔을까?


호텔을 나왔다. 쌀쌀하다. 어제 아침과는 기온이 확연히 다르다. 이곳 강원도 사북에는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구나. 호텔 근처 마트에서 커피에 넣을 얼음팩을 하나 구입하고, 아리랑 콜택시에 전화를 했다. 길 건너 정차해 있던 택시가 바로 와서 태워준다. 오라고 손을 흔들 때는 꿈적도 않더니… 기사님이 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나 보다. 택시를 타고 어제 콜택시를 불러 타고 내려온 꽃꺼끼재로 다시 간다. 시작점 1.2km 전방은 비포장이라서 기사님도 거기까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택시비 두 배 드린다고 가자고 하려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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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택시를 내려서 도롱이 연못이 있다는 왼쪽 길로 걸었다. 어차피 오르막인데 이렇게 가면 도롱이연못까지 0.5km는 단축할 수 있다(일부러 트레킹을 왔어도 좀 쉽고 덜 걸으려고 하는 건 어쩌지 못하는 심리다). 1.5km 올라갔더니 꽃꺼끼재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꽃꺼기재에서 하이원 호텔까지의 5km 구간은 하이원 리조트가 조성한 <하이원 하늘길>과 겹친다.


안내 표지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원 트레킹 코스’, ‘나이 든 어른과 아이들 함께 걷기 좋게 정비한 길’,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가득한 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왜 하늘길이 시작되는 꽃꺼끼재(화절령)까지 올라오는 길을 정비하지 않았을까? 비포장 구간은 ’ 나이든 어른과 아이‘는 물론이고 SUV가 아닌 승용차로는 오기 힘든 곳이다.


2. 도롱이연못과 1177갱


100여 쯤 가니 조그마한 정자 쉼터가 있고 왼쪽에 도롱이연못이 있다. 3길에 있는 ‘광부의 샘’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당히 크다. 이 연못은 1970년대 탄광 갱도의 지반침하로 생긴 생태연못으로, 화절령 일대에서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하여 연못에 살고 있던 도롱뇽에게 무사 기원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연못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동전을 던지며 안전을 기도했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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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의 도롱뇽이 무슨 신통한 힘이 있었겠나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학적으로도 말이 된다. 연못이 지반 침하로 생겼으니, 이 연못이 무사하다는 건근처의 갱도도 무사하다는 뜻이고, 연못이 가라 앉으면 갱도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높다. 날마다 연못에 사는 도롱뇽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 곧 무사고를 바라는 마음이었지 않을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연못이 건재할 걸 보니 이 근처 갱도는 모두 무사했을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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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운동 길에서 만난 광부가 여기에도 있다. 도롱이연못에서 만항재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1177 갱’ 입구다. 입구에는 탄광복을 야무지게 차려입은 광부가 한 분이 서 있다. 왼손에는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오른손을 들며 활짝 웃는 모습이다. 도시락을 먹으러 갱도에서 기분좋게 나오는 모습 같기도 하다. 광부의 목에 누군가 손수건을 둘렀다. 그 마음이 고와 마음이 흐뭇해진다. 갱도 입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갱도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리 깊지도 않은데도 두려움에 소름이 살짝 끼친다. 그들은 어떻게 저곳에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이곳은 동양최대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가 처음 개발한 갱도라고 한다. 해발고도(1177m)가 그대로 갱도의 이름이다. 고한ㆍ사북지역의 탄광 개발이 시작된 상징적인 곳이다. 갱도 앞은 별로 넓지 않은데, 갱도로 들어가는 광부들, 갱도 내부에서 캔 석탄을 옮겨와 차에 실어 보내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그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데…“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 아래 산들이 마치 바다 위의 섬처럼 구름에 가려 봉우리만 살짝 드러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하얀 구름은 파도처럼 일렁인다. 이곳이 산인가 바다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가슴을 격하게 두드린다. 여기가 바로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이라는 의미의 운탄고도(雲坦高道)구나. 운탄고도를 걸은 지 5일째에 진정한 운.탄.고.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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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가슴을 안고 다시 길을 걷는다. 어제 걸은 4길의 임도보다는 좁지만 차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길가에는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들메나무, 화살나무, 물푸레나무가 이름 모를 풀들과 어울려 초록 숲을 이루고 있다. 탄차가 오가던 그 시절에는 아마 이 길과 산들은 벌거숭이가 아니었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초등학교 시절 4월 5일 식목일에 학교 뒷산으로 나무 심으러 다닌 기억도 새롭다.


50분 정도를 가자 <운탄고도> 표지석이 있는 <운탄고도 쉼터>에 도착. 쉼터는 작은 정자와 커다란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폐광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정화하는 시설을 연못으로 만들고 그 옆에 정자를 세웠다. 쉼터로 내려가기 전에 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다시 한번 숨을 멎게 한다. 1177 갱 앞에서 본 산과 구름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운탄고도 5길을 트레킹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른 아침에 이곳에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장관을 볼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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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팔자 좋은 사람은 누구게?


쉼터에서 1.6km, 30분을 가면 하이원 CC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돌면 하이원 골프장이라 곧장 가야 약수터에 이른다. 조금 걷다 보니 골프장에서 라운딩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팔자 좋은 사람은 골프장에서 골프하고 팔자 사나운 사람은 이렇게 힘든 길을 걷는구나. 그렇지만 저 사람들은 운탄고도의 장관을 꿈에도 모를 거야.‘ 약수터까지는 경사가 급하지 않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5.5km를 걸어야 한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길은 좋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을 걷는 이가 바로 팔자 좋은 사람이다.


약수터에 도착한다. 물을 마시지 말라는 경고 표시판이 있다. 옆 개울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물이 흐르는 주변의 암석들이 온통 황금색이다. 물에서 나오는 철성분 때문에 황금색으로 물이 들었다. 여기 약수터 근처뿐만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곳마다 암석의 색깔이 그렇다. 발을 담가 보면 맑고 시원하기 그지없는데 마시는 건 삼가야 한다. 요즘은 폐광수의 유출량이 많아 관련 기관에서 검사를 자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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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에서 만항재까지는 약한 오르막이다. 한참을 가다가 오늘 세 번째로 사람을 본다. 앞 선 두 사람은 자전거 라이딩을 하던 사람이고 이번에 만난 분은 트레킹 중인가 보다. 배낭을 벗어 놓고 잠시 쉬는 중이다. 올라가면서 어디서 오신 거냐고 물었더니 만항재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꽃꺼끼재까지 가세요? “

중년 아저씨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해맑게 웃으며 한마디 한다.

“포기~”

하긴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더 내려가고 싶지 않을게다.

올라가면서 너무도 해맑은 그의 ‘포기’에 한참을 웃었다.


드디어 만행재에 도착.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 만항재 정상입니다. 해발 1,330m_강원특별자치도도로관리사업소 태백지소‘라는 표지판이 인상적이다. 주차장에 차들도 제법 주차되어 있고, 오고 가는 차들이 더러 있다. 저 아래 함백산 소공원 입구까지 가야 오늘 5길이 끝난다. 0.3km 정도 내려가자 넓은 공터가 있는 함백산 소공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운탄고도 5길 트레킹 끝!


하지만 오늘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숙소가 있는 사북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길이 또 예사롭지 않다. 우선 만항종점정류장까지 2.0km를 내려가야 하고 거기서 몇 시간 만에 오는 버스를 타야 한다. 카카오T 앱을 열어 택시를 검색하니 근처에는 택시가 없다는 메시지만 뜬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트레킹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걸어야 할 때가 가장 힘들다. 걸어 내려가면서 첫날처럼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몇 번의 실패 후, 성공. 만항재 쪽에서 일을 하고 가시는 분이 고한역까지 태워 주신다. 차가 지저분하다고 오히려 미안해하신다. 오늘도 감사한 날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여기에 또 어떻게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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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꺼끼재까지 올라가는 길을 시멘트 포장이라도 해서 택시가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콜택시 정보 안내판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

* 함백산 소공원에서 버스가 오는 만항종점정류장까지 버스 연장 운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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