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생각 02
어제(2020.1.2) 학교에서 시무식(?)을 했다.
한국 같으면 겨울방학 중일텐데, 여기 방콕은 아직 방학이 멀었다.
학교는 시무식 같은 걸 하지 않지만,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니 자축이랄까, 그냥 넘기기가 뭣해서 간단한 모임을 가졌다.
행정실에서 케익을 하나 준비했고,
마침 스쿨버스 사장이 과일바구니를 하나 가져다 준 걸로 먹거리는 준비가 되었다.
올해가 2020년!
새해 인사로 오는 카드에 2020이라는 숫자가 보기도 좋고, 말할 때 어감도 좋다. 이공이공~
2000년이 될 때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세월이 빨리간다 하는 걸 새삼 느낀다.
그때는 1999에서 천 단위 숫자가 바뀐다고 해서 참 난리도 아니었다.
밀레니엄이 바뀐다느니, 컴퓨터에 밀레니엄 버그가 생겨 모든 컴퓨터가 다운이 될거라느니 하는 뉴스가 난무했다.
우주 공상 영화에 나오는 연도 느낌도 났다.
숫자 하나, 단 하루 차이인데도 숫자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엄청난 생각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무식을 하며 선생님들께 물었다.
"숫자는 올라서 좋은 것도 있고, 내려가서 좋은 것도 있는데, 올라가서 좋은 건 어떤 건가요? "
월급, 호봉...
이런 숫자들도 앞자리가 바뀌면 더 좋다.
요즘 나는 최근에 출간한 책의 출고 부수라고 했다.(아침에 한 번 바뀌는데도 하루에 여러번 확인한다.)
"내려가면 좋은 건 무엇이 있을까요?"
나이, 몸무게, 세금, 물가...
심오한 뭔가가 나올 것 같은데 뭐 그렇지도 않다.
행복도 그렇지 않은가?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주위의 일상, 소소한 것을 소중히 생각하면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올 한 해는 그렇게 살아보자고 했다.
월급이나 호봉은 그냥 냅둬도 느리지만 올라가지 않나.
행복지수는 내 맘 먹기에 따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수치이니까.
<꼰대 생각>은 중년의 사소한 상념과 일상 이야기입니다. 꼰대인 줄 알지만 꼰대이고 싶지 않은 바람입니다.
<책의 이끌림, 2017>, <뇌가 섹시한 중년, 2019>를 출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