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서도..................
인생에 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 아주 많은 걸 대신 하긴 한다.
효도의 표현,
사랑의 크기,
진심의 증명,
최소한의 성의
이 모든 것들이 돈으로 대변되긴 한다.
평생을 아들과 딸을
눈에 띄게 차별하며 키워온 엄마가
다 큰 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 당당하게도
‘나는 아들 딸 차별하며 키운 적이 없다’고 선언했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그 딸들은
아직도 차별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도록도록 더 선명해지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점철된
어린시절의 쓰린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아직도 한번씩
‘엄마가 그 때 나에게 왜 그랬을까?’ ‘진짜.. 나에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며
가끔씩은 눈물도 흘린다는 사실이었다.
어찌됐건
그런 아무도 관심 없는 상처 따윈
나도 모르는 척 묻어두고
평범하게 산다 치고..
기억상실 끝판왕의 엄마가
차별받고 자란 다 큰 딸들 앞에서 은연 중에
‘당신이 가진 재산은 다 아들 몫이 될 것인데 아들은 왜 그리 걱정이냐’라는 얘길 했을 때
표정관리 하나도 안되던 딸이
며칠 뒤 장보는 엄마를 거들기 위해 엄마를 만났다.
(이 와중에도 엄마를 거드는 건 딸의 몫이다)
두 딸들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아들만을 금지옥엽 키워놓고도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줄 빅 피쳐를 그리는 엄마에게
차별받고 자란 딸이 이렇게 얘기 했다고 한다.
‘그깟 돈 물려주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하지만 돈이라는 게 최소한의 마음의 표현이지 않느냐고..‘
쓸데없는 사설이 길었지만,
내 노동의 댓가도 그렇다.
좋아 죽을 일이어도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기대치에 전혀 미쳐주지 못한다면,
그리고 십 수 년의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바뀌어도
내 노동의 댓가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건 분명!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두고
한 방송국 내 직원이
‘작가실 내 최고 연봉’을 받고 있다는 망언 같지 않은 망언을 했단 얘길 듣고
(방송국 직원들은 프리랜서가 돈을 많이 벌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안다. 프리랜서의 월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죽자 살자 일을 더 많이 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자신들의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보다는 항상 적어야 하며, 하층민 어드메 쯤 있어야 하는게 적정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프리랜서의 월급이란, 무조건 건건이라, 특정 월이나, 특정 시기에 특집이다 뭐다 해서 어쩌다 수입이 좀 많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게 발각(?)되는 순간, 금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한달 반짝 올라간 수입도 마치 연중 평균 수입인 양 평균화된다. 물론 당시의 내 월급은 타인들에게는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최저임금 이하의 수준이었다.)
이게 뭔가?? 하던 찰나,
우연히 내 이력을 살릴 수 있는 임기제 공무원 공고를 보게 됐고,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고민할 거 뭐있냐고 무조건 내라고 했고,
일단 낸 거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자 싶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러고 보니 어쩌다 공무원이 돼 있었다.
덕업일치의 이상향을 와장창 깨고,
19년차 방송작가에서
지금은 ‘어쩌다 공무원’ 9개월차!
가장 자유로운 집단, 방송국에서
가장 경직된 집단, 공직사회로
극과 극의 이동을 한,
어공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드라마틱하고
어찌 보면 또 무모하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나는 그 생활 못한다’, ‘너는 대단하다’는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경계가 아리송한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들으며
엉덩이력을 키우는 중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짧은 공무원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층층시하의 보고체계도 아니고
줄맞춰 칸 맞춰 써야하는 보고서도 아니고
꼰대질 하는 상사도 아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체류시간.
9 to 6로
꼬박 아홉시간을 책상 앞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응당, 하는 일이거늘,
20여년을 방송시간 맞추는 것 외에는
큰 제약 없이 살아온 프리랜서에겐
이 일이 가장 힘들더이다.
시간을 견디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하지만 견디는 일의 끝에는
뭐가 되도 될 거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엉덩이력(力)에 집중 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