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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업계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다

by dbj Mar 01. 2025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이라면 한 번이라도 이 구조에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야외 웨딩스냅을 예약하고 당일 받을 메이크업을 알아봤다. 몇 분 뒤적이다 괜찮아 보이는 업체의 인스타 링크를 클릭해 연락해 봤더니 메이크업 용도를 묻는다. 웨딩 스냅촬영이랬더니 남녀 합해서 52만 8천 원이라고 한다. 원래 66만 원인데, 오픈카톡 예약 준 거라 20% 할인이라고. 아이고 고마워라.


뻥이다 안 고맙다. 인스타 프로필부터 쓰여있다. 오픈카톡으로 예약주라고. 웬 생색인지? 정가는 누가 정한 건지? 그냥 순간 생각나는 숫자 말하신 듯.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리 한 번뿐인 결혼이라지만 본식도 아니고 하루 반나절 사진을 위해 52만 원을 태우는 게 맞는가? 이건 내가 주말 근무를 6주 연속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인데. 4시간 만에 태운다고? 나 빼고 돈이 다들 그렇게 많나?


  밀려오는 거부감에 바로 또 대충 다른 곳에 연락해 물어봤다. 오 여기는 데일리 메이크업 : 22만 원 헤어 : 드라이가 6만 6천 원부터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 밑에도 경고문구가 쓰여 있었다. **웨딩 헤어메이크업 금액은 데일리 헤어 메이크업 금액과 다릅니다.**


  나는 본격적인 식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주 가던 공원에서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을 찍겠다는 것뿐인데. 이미 22만 원도 충분히 비싼데. 앗. 가만. 굳이 내가 웨딩 사진을 촬영할 예정임을 밝힐 필요가 있나?


  그래서 결심했다. 데일리 메이크업으로 받기로. 범죄라도 공모하듯 우리가 이내 드레스로 환복하리라는 사실을 오전 메이크업샵에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한 채.


   인스타의 한 유명 스냅업체의 웨딩 야외 스냅 가격은 기본 2시간에 85만 원. 근데 그 외에 커플 스냅이라는 옵션도 있더라. 그건 5시간에 45만 원. 근데 여기 밑에도 경고 문구가 있더라. *웨딩 컨셉은 불가합니다. (드레스 또는 베일 착용)


  왜 안돼...? 뭐가 다른데? 혹시 드레스 또는 베일을 촬영하는 데에는 엄청난 추가적인 노고가 동반돼 촬영자에게 4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가 필요한 구조가 명백히 존재하고 내가 무지해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인가? 그러길 바란다. 아닌 거 안다.


  소요 시간은 절반인데 ‘웨딩‘ 글자가 붙는 순간 비용은 두 배가 된다면, 그게 웨딩사진은 더 신경 쓸 게 많아 성심성의껏 찍으시기 때문이라면 거꾸로 생각해 아직 결혼 계획이 없어 보이는 커플을 너무 홀대하시는 건 아닌가?


  ‘평생 한 번뿐’이잖아! 너네가 얼마만큼 낼 수 있는지 보자! 며 냅다 부르는 게 값으로 호구 잡는 농간에 너무나도 놀아나고 싶지가 않아졌다. 웨딩스냅도 데일리 스냅인척 하고 대충 흰 투피스 (드레스X ^^) 입고 찍을걸 ㅅㅂ.


업계에 쌍욕을 하는데에 에너지를 소모하려다, 내가 웨딩업계 출입기자도 아니고 그냥 블로그에 욕이나 하기로 하고 결심했다. 주변의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보다 내 중심을 잡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들은 최대한 쳐내고 대충 하기로.

분위기와 출처불분명의 레퍼런스에 휩쓸려 내겐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에너지를 쏟으며 인생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로. 그건 니 생각이고 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로.

몇번 찾아봤더니.. 좋게 말할 때 그만 추천해라 인스타 돋보기 색갸몇번 찾아봤더니.. 좋게 말할 때 그만 추천해라 인스타 돋보기 색갸

  나라는 작자가 언제부터 드레스를 입고 공주놀이를 하기를 좋아했던가? 언제부터 의상별, 메이크업별 디테일에 천착해 예민하게 굴며 조금 더 나은 것에 거액을 턱턱 지불하는 것도 마다 않던 갑부 쾌녀였던가? 언제부터 내 골격과 얼굴형, 피부 톤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엄선하고도 다른 더 잘 어울리는 게 세상 어디엔가 존재하고 내가 아직 찾지 못했을까봐 전전긍긍했던가? 나는 그런 위인이 못 된다. 내 세상엔 그런 것보다 중요하고 짜릿한 게 너무 많다.


  무엇보다 선천적 결함으로 저세상 가버린 눈썰미 탓에 그게 그거고 그놈이 그놈이어 보이는 것들이 남들보다 많고, 그런 데 에너지를 쏟지 않는 인간이자나 너. 어디 삐까뻔쩍한 메컵샵의 어디 부원장 어디 실장 메이크업. 내가보기엔 다 그게 그거다. 심지어 피드의 신부님들도 다 거의 올백하고 다 비슷한 화장해서 비슷하게 생겨 보임 (자신이 원하는 찰떡 디테일 찾기에 진정으로 재미를 느끼는 분들 깎아내리는 의도는 아니다. 전격 존중. 다만 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만한 돈을 쓰고 싶지도 않음을 아는데 세상이 네가 어떻든 이게 정답이고 다들 이런 절차를 거치니 너도 하라고 강요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싫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맞다. 난 사실 결혼식도 하기 싫다.. 당최 결혼이 뭐라고, 그 하루가 뭐라고 내가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정점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학대하듯 미를 쥐어짜 내야 하는가? 도합 수백만 원의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얹으면 빛이 나지 않던 사람이 빛나는가? 그 찰나의 빛이 의미가 있나? 사실은 내 결혼식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에게 거짓미소를 지으며 청첩장을 쥐어줘야 하는가? 그 사람도 안 오고 싶을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에너지낭비인가? 이런 글을 쓰다 보면 나는 결혼식을 하기 싫다기보다 필연적으로 닥칠 애매한 사람들과의 애매한 상황이 싫은 것 같다. 식 자체는 싫다기보다 귀찮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친척들과라면 재밌을 것도 같다.

그럼 나는 청첩장을 돌리며 속으로는 ‘제발 오지 말아 주세요..’해야 하는가? 그게 무슨.. 염병인가. (머리 아프니 겹지인은 대충 다 남자분께 맡길예정ㅎ)


  평생 단 한 번? 본식날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는 평생 단 한 번만 찾아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2월 28일은 지구 멸망 때까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 번 내 지갑에서 홀리듯 빠져나가 웨딩 두 글자 위에 푹신하게 누운 업계 관계자들의 배를 두둑하게 해 줄, 땀 흘려 번 내 돈도.


  그런 절차를 꼼짝없이 따르고 완벽히 마치는 것이 결혼이라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목구멍이 텁텁해지고 숨이 막혀온다. 그걸 그대로 따라 해낸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모든 게 별 탈 없이 끝난 직후 단편적인 성취감을 느낄진 몰라도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될 것 같다. 결혼이 축제보단 숙제 같을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구냥 결혼 적당히 가성비로 하고 일상을, 평생을 공주처럼 살겠다. 인생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이라는 걸 보면 dvd 스냅을 추가하라고 하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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