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지옥에서 탈출하기
아이들을 키우며 내 두 번째 직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오랜 꿈인 그림을 내 직업으로 삼고자 정했고,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화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화실을 고를 때 내 기준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되어 있는 사람’이 가르치는 곳이었다. 도서관에서 그림 관련 책을 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발견했고 바로 sns를 검색했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책의 저자는 화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나는 바로 화실을 등록했다.
나의 목표는 선생님처럼 똑같이 그리고 선생님처럼 되는 것이었다. 나에게 화실 선생님은 롤 모델이었다.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열심히 했다. 그 주에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주는 소묘를 열심히 해가는 식이였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였고 실천했다.
성공의 비법을 이야기할 때 롤 모델을 누군가로 삼아, 따라서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롤 모델의 조언은 조언에서 끝나지 않고 진리가 되어버린다. 나는 선생님의 조언을 맹신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꿀꺽꿀꺽 삼켰다. 억지로 욱여넣어보려고 애썼다. 소화시키지 못했고 매번 체했다. 아팠다.
화실을 다닌 지 3년이 가까워오고 있을 때,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고 싶은 아이, 선생님의 조언대로 했는데 나는 왜 안되지 하며 자책하는 아이가 뒤죽박죽 내 안에서 싸웠다. 설상가상, 애쓰는 나 자신과 동갑내기 화실 선생님을 내 안에서 비교하면서부터는 지옥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왜 안될까?”
“몇 년을 이렇게 해야 선생님 정도 그릴 수 있는 걸까?”
지쳐갔고 매 순간 나를 의심했다.
나는 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이지, 선생님처럼 그릴 수는 없고 선생님처럼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화실을 그만 둘 때야 알았다. 너무나 당연한 진실 앞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쫓은 걸까?
무슨 일이든 양면이 있다. 3년여 그렇게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열심히 했더니 취미 이상의 실력은 갖게 되었다. 나는 행복하게 그 과정을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20년 넘게 그림을 그려온 선생님과 이제 막 시작한 나를 비교하며 조바심을 내었던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빠른 결과를 원했다면 나는 그림을 선택하지 말거나취미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취미 이상을 원했고 업으로서 그림을 선택했다. 그런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대할 때 절대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잘 다독이며 데리고 다녔어야 했다. 하지만 매번 왜 더 노력하지 않냐고 더 열심히 하라고 나를 다그쳤다.
어느 날엔가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우문현답이었다. 그동안 나는 괜찮다는 거짓말로 나를 속여왔구나. 나 많이 힘들었구나.
외면해 왔던 내가 보였다.
이제서야 나에게 힘들고 하기 싫으면 좀 쉬자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요즘, 그림을 그릴 때의 순수한 기쁨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