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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Sep 13. 2023

거절당했을 때 우리의 대처법

마음이 “아픈”나와 함께 있어주기


최근에 미술 강사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는데 불합격통보를 받았다.

3년 동안 해왔던 일이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합격할 줄 알고 자신만만해있었다. 면접을 볼 때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말을 진짜 잘한다며 묻지도 않는 피드백도 해주었다. 조금 걸리는 게 있었다면 내가 마지막에 면접관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세분 모두 조용히 내 질문을 씹어 드셨다는 정도? 그게 그렇게 큰일이었을까?


큰일이었다. 불합격통보를 받자마자 그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서 무한반복재생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다큐멘터리에서 점점 공포영화로 변질되었다. (나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세 명의 면접관이 계속 나를 비웃는다.) 사실이 아님을 이성인 나는 안다. 하지만 요 마음이라는 녀석은 예민할 데로 예민해져갔다. 가슴이 옥죄어왔다.



이런 경우 제일 쉬운 방법부터 시작한다. 핸드폰을 들고 마음 챙김 관련 유튜브를 본다. ‘거절당했을 때’, ‘거절당하는 두려움’ 등을 검색어에 넣고 수십 개의 동영상을 본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두 번 째 방법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운을 띄워본다. 과하지 않게 사실대로 말하면서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태인가도 가늠해본다.(예전처럼 무턱대고 들어달라고 징징대지 않는 나에게 폭풍칭찬!!)남편은 처음엔 잘 들어주다가 갑자기 옆구리로 세어서는 아재개그를 날린다. 남의 편(이제 남의 편이다!!)을 보며 오늘은 누울 자리가 아니구나 싶어 입을 닫는다. 아이들과 남편이 깔깔대며 웃는데 나는 하나도 웃기지가 않다.


세 번째로는 산책이다. 산책을 열심히 다닌다. 산책하며 나에게 말을 건다. 그 상황으로 다시 가서 그 면접관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해본다. @#!$%*(죄송합니다. 쓰지 못할 말입니다.)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서 반짝 속이 편안해졌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내 마음을 다시 바라본다.

여전히 답답하다.

‘그래! 오늘은 마음 챙김 책을 보면서 긴 시간 나에게 투자해보자!’

유튜버 웃따님의 책에 혼자 마음을 바라보는 방법 중, "빈 의자요법"이 눈에 띄었다. 부랴부랴 식탁의자를 가지고 내방으로 왔다. 감정이 격해지면 통곡을 할수도 있기 때문에 창문을 모두 꽉 닫았다. 빈 의자에 내가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 주었다.


“아이야! 당연히 합격될 줄 알았는데 불합격되어 속상하지?”


“그게 아니야! 내 이야기를 왜 안 들어줘!

왜 내가 질문했는데 아무 말도 안하냐고!

왜 내 말 무시해! 왜! 왜! 왜!"


ㅇ ㅏ...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눈물콧물 쏟으며 한동안 울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말을, 내 감정을 수용받지 못하면 굉장히 화가 나고 속상하다. 엄마와의 관계가 그랬다. 엄마는 나의 감정을 잘 받아주지 못하셨다. 반대로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착한 딸이었다는 흔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다.


눈물은 답답한 마음에 한 점 바람을 불어넣어준다.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내 기분이 좋아졌을까? 해결되었을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사실 지금부터다.

웃따님의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었을 때 작가님이 제안한 방법은,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방법을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는) ‘답을 내리지 않고 그냥 견디기’였다. 이게 무슨 솔루션이 될 수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무언가가 느껴졌다. 비슷한 말을 찾자면 “일상을 살기”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정도 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하루님이 매번 이야기하시는 것!


“나쁜 마음이 아니라 아픈 마음입니다.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같이 있어주세요!”


머리로는 알 것 같은데 현실에 적용해보면 잘 안되었었던 그 진리와 통하는 말이었다.

내가 최근 했던 모든 방법들이 나쁜 마음(사실은 아픈 마음)을 없애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쁜 마음을 없애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산책을 했다.

나아지지 않자 빈 의자요법까지 적극적으로 행하면서 나쁜 마음을 없애려고 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이 기분에 짜증이 나서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니?’하고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동시에 이런 나의 상태를 ‘분석’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내 마음은 ‘자꾸 나를 없애려고 호들갑 떨지 말고 그냥 같이 있어줘!’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외면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어렴풋하게 느껴지자 여전히 답답하고 조금은 편안했다.


단골까페에 갔다.

나에게 그 어떤 조언도 그 어떤 위로도 하지 않고

커피를 한잔 사주었다.

나의 감정과 상황을 분석해주는 똑똑한 친구가 아니라 그냥 옆에 같이 있어주는 친구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냐고? 모르겠다.

단지, 속상할때 아무때나 불러 커피 한잔 사달라고 징징 거릴 수 있는 절친이 생겼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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