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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Aug 10. 2020

아이들에게 자연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

(부제:원산도에서의 추억)


3박 4일간의 캠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 갈 때가 되었다.

바닷가에서 잡아온 게 3마리를 다시 바다에 놓아주고 오라고 아이를 보낸 지가 한참인데,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첫째아이에게 둘째아이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도 여전히 깜깜소식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헐레벌떡 아이들에게 가보았다.


아이고 세상에... 둘째아이가 바닷가 모래 위에서 눈물범벅이 되어 망연자실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첫째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둘째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주위를 둘러보니 둘째아이 앞에 게 3마리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아...세상에 ...그래... 말 안 해도 알겠다. 니 마음...

‘집에 가기 싫어! 게랑 헤어지기 싫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마음이 들리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한쪽 가슴이 시큰하다.





그런 둘째를 업고 바다와 게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켰다. 그렇게 게들을 바다가까이 밀어 넣어 주고는 간신히 아이를 차에 태웠다. 둘째아이의 눈물범벅이 된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우리 가족은 그 순수함과 맑은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차안의 공기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행에서 우연히 얻은 보물 같은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지인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어떻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을까? 그들도 같은 생명이니까 절대 잡으면 안돼! 죽이지 마!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냅두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사실은 가르쳐주지만 잡으면 안돼라던지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내심 아이들이 알아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 캠핑에서 게를 집으로 가져가 기르겠다는 아이들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집으로 게와 함께 바닷물을 담아왔다. 수시로 게들에게 바닷물을 부어주고 들락날락 하며 게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했지만, 며칠 뒤 게들은 조용히 죽어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몇 번의 캠핑동안 메뚜기와 게를 잡아서 집에 데리고 와 모두 몰살<?>시키기도 하고 잡아왔던 메뚜기들을 다시 데리고 가 캠핑장에 놓아주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게와 헤어지기 싫어서 저리 우는 둘째 모습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3박 4일 동안 게와 친해져 한 생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했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자주 접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런 작고 소중한 경험들이 쌓여서 자연을 친근하게 보고, 작지만 우리와 똑같은 생명들에 대해서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조금은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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