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며 핀 노랗고 작고 조용한 꽃.
산수유.
딱 한송이만 피어 있다면, 산수유꽃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봄은 눈보다 빠르다. 나다니다가 주변이 은근히 노랗게 채색되는 걸 발견했다면, 이미 산수유꽃은 만개했을 것이다. 한송이처럼 보이지만 우루루 몰려서 피어있는 산수유꽃.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그렇다고, 또 내년에도 이렇게 봄이 올 것이라고, 제 꽃말처럼 ‘영원’한 시간을 보여주려는 듯, 우리 눈 앞에 점점이 찍어댄다. 산수유꽃.
산수유꽃은 정말이지 작다. 그러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에 제격이다. 봄은 작으니까. 모든 시작이 그렇듯. 그 작음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왔나 싶어 자세히 보기 전에, 손을 뻗어 만져보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봄은. 산수유꽃.
하루 이틀만 지나도 금새 하얗게, 울긋불긋하게 다른 꽃들이 저마다 폭발하듯 피어난다. 노랗기로는 개나리가 훨씬 밝고 넓게 피어난다. 나무끝마다 하얗고 붉은 벚꽃잎들이 펑펑펑펑 터져나가며 봄을 더 하얗게 빛나게 한다. 하얀 화사함의 절정은 목련꽃이다. 잠든 것 같았던 산에는 붉은 진달래들이 붉게 산을 깨운다. 그리고 초록의 번짐, 들이고 산이고 어디 벽이고 화단이고 가로수고 도로가고 어디 가릴 것 없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며 가득가득 봄이 채워진다.
그러나, 그 사이 가장 먼저 가장 작게,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며 핀 노랗고 작고 조용한 꽃. 올해는 유난히 이 꽃이 내 눈을 잡아 끌더니, 마음도 그쪽으로 향하게 한다. 산수유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