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가에 화단도 아닌데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었다. 밝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봄바람을 버티며 자란 줄기에서는 어떤 힘마저 느껴진다. 추위가 떠나고 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핀 모습은 새롭고 반갑다. 꽃이 작아서, 잘 안 보이기도 했겠지만 이렇게 줄기가 오르고 꽃이 피는 데까지 캐내어지지 않고 자라준 것이 다행이다.
이 꽃은 냉이꽃이다. 꽃말은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감성 파괴인 것 같지만 꽃은 둘째치고 줄기가 길게 오르기도 전에 – 이른 봄에 – 캐서 무쳐 먹거나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특유의 향이 좋고 쌉쌀한 맛이 입맛이 돌게 하는 식재료다. 피로회복과 춘곤증에도 좋다고 한다. 냉이는 맛보다는 향으로 기억이 되는 식물이 아닐까. 지난 겨울이 추울수록 그 향이 더 강해진다는 점은 냉이를 다시 보게 한다. 물론, 이 향은 꽃향기가 아니고 잎과 뿌리의 향이다. 냉이 나물이 아닌 냉이‘꽃’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제 그저 식재료로 냉이를 보지 않고 감상의 대상으로 그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겠다.
말하자면, 이 꽃이 무더기로 핀 이 모습은 지금 우리가 먹고 살 만 하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꽃이 피기 전에 다 캐다먹었을 그 때에도 어딘가에선 계속 피었을 것이다. 들에 어디에나 있었을 것이다. 그치만 쾌활한 유채꽃밭처럼 보일 정도로 잔뜩 모여 피어있는 이 꽃들이 저마다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흔들리는 모습은, 잠깐 바람이 멈췄을 때 팔뚝에 소름이 돋게 하는 봄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