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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II제이 Nov 20. 2024

꽃이 꿈을 꾼다면

꽃은 꿈일까, 아닐까. (2024년 11월 중순의 순간)

  꽃이 꿈을 꾼다면, 무슨 꿈을 꿀까. 어떤 의미에서 '꿈'은 목적이다. “너는 꿈이 뭐니?”라는 질문은 너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이냐고, 이 세상에서 너의 목적은 무엇이냐고 묻는 말이다. 일터를 산책하다가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새겨진 돌 앞, 늦가을에 핀 꽃으로 세상에 한 부분을 노랗게 채운 또 하나의 생명이 눈에 띈다. 선선함을 넘어 쌀쌀해지는 요즘. 투명한 날씨에 가을의 쨍한 햇빛을 받은 꽃이 돋보인다. 화려한 절정인가,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열정인가, 아니 어쩌면 다음을 준비하는 중간 디딤인가?


  꽃의 꿈은 꽃일까, 아니면 열매일까. 어떤 의미에서 식물의 한 생애 중 가장 화려한 순간은 역시 꽃이 활짝 피는 그 때다. 시간을 돌려가며 잠시 식물의 생업을 생각해본다. 알지도 못한 채 심겨저 어느 순간 싹이 났을 식물. 눈에 띄지 않을 속도로 그러나 쉬지 않고, 땅과 줄기, 잎까지 그 어디에서도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꽃들의 다양하고 진한 그 색깔들을 만드는 데 보낸 시간들. 마치 꿈과 같은 짧은 시간을 밝히는 꽃을 피워가는 긴 시간들. 


  그러나 꽃이 지고난 후에는, 어떨까. 흘러간 꿈의 시간을 되돌아 보는 마음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열매로, 씨로 단단히 이후에도 생이 마감될 때까지 되돌아보지 않고 무언가를 영글어내는 식물의 생업은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작업인듯 하다. 꿈은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 한 생명은 죽어도 꿈으로 남고, 꿈은 생명을 이어간다. 영원을 모르는 꽃의 꿈은 어쩌면 영원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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