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상순의 순간) 눈에 대한 생각을 줄줄줄줄
117년만의 눈에 대한 단상은 117년만의 것이 아니다
1.
아무 망설임 없이 어디로든 상관없지 그대로 나중도 없이 눈이 창 밖에 아니 끝 안보이게 내리지 그 중에 하나같이 되는 것도 괜찮겠지 그런 생각이지 사실은 이미 그렇지 그것으로 끝나지 눈은 절대 뭉쳐서 내리지 않지 그러니 그저 눈이 온다니 하는 말이 사실과는 다르지 온다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이 우주적 관점이지 주변에서 가장 센 중력이 중심이지 그리 이동하고 있는 개별적 존재로서의 눈송이 들의 움직임이 다 망설임이 없지 자연이지 그래서 쉬운 거지 그게 쉬는 거지
2.
기록이 없으면 있던 것도 사실상 없는 거지 첫눈이 이렇게 내린 것은 117년 만의 만남이라고 한다 너무 극적 상봉 아닌가 싶지만 첫눈은 사실 첫눈이 아니지 2024년 올해 내린 눈이 1, 2월에 이미 지나간 것처럼 그렇다 어느 순간의 겨울은 시작인가 끝인가 헷갈리는 거지 117년 만의 가장 많은 첫눈이라지만 이건 117년 만도 가장 많은 것도 사실상 그렇다는 거다 기록은 말 그대로 기록이니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다 모든 것이 흩어져 있기에 눈도 절대 흩어져 내리니 단 한 번의 사건일 수 없다 물론 아니지 눈은 창밖을 가리지 않는다 단지 조금 더 멀리 있는 눈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 개인적 관점에서 퇴근 시간이 늘어지게 하는 추상적 존재로서의 폭설이다 망설임이 없지 자연만이 아니다 어렵지 하드하다 푹신푹신 하지 않은 어려움이지 어려운거다
3.
내가 사는 곳은 1기 신도시에 가깝다. 신도시 조성 때부터 서 있었던 한 스포츠센터 골프장, 그 그물을 거치해둔 철근 구조물이 휘어져내렸다.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3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자라온 아름드리 나무들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우루루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올 첫눈은 92년부터 이 도시에 살면서 처음 만난 규모의 눈이었다. 2024년. 날씨는 비와 더위, 눈까지 동원하며 우리 생활을 찔러들어와 자신과 우리에 대한 뉴노멀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물론 서서히 변해왔겠지만 때로 이렇게 한 번 놀라야 시선과 관심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늘 똑같이 흐르지만 어떤 순간에 그 흐름이 더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 때가 있는 것처럼, 이것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