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퇴사일기 10화

이직하기 전 해야 할 질문

퇴사일기 #10

by 키르히아이스

이직을 결심했다면 이제 회사를 찾으러 나서야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간 큰 후회를 낳을 수 있다. 지금 처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냉정을 찾고 새롭게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회사를 선택하기 위해 해야 할 질문은 네 가지 정도가 있는데 차근차근 살펴보자.


1. 다른 직종으로 갈 것인가?

이 질문은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의 전문성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인문 분야는 전공에 대해 엄격하게 따지지 않으므로 이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이공계일 경우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놀던 물이 편할 수 있다. 직종을 바꾸는 문제는 굉장히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가장 주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회사를 고르다 보면 전공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아까운 회사도 있고 골라서 갈 입장이 안 되어 본의 아니게 전공과 다른 분야로 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직종을 바꾸면 경력직 입사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사 후에도 업무 배우는 데 상당 기간을 보내야 하므로 입사 초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상 업무도 바쁜데 그 업무를 익히기 위해 추가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다. 같은 직종 안에서도 세부 분야가 달라서 실무를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프로라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다면 모르겠지만 나이가 있다면 직종은 바꾸지 않는 편이 낫다. 같은 직종으로 이직해도 새로 배울 게 많고 회사 분위기도 적응해야 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은 큰 도박이다. 어렵게 쌓아 올린 경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전문성이 없다면 이직 자체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력이 있는 경우 직종을 바꾸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2. 다른 업종으로 갈 것인가?

여기서 ‘업종’은 회사 전체의 업무 분야이다. 예를 들면 IT, 금융, 법조, 공공서비스 같은 것을 말한다. 업무량이 문제라면 매일 일정하게 정해진 일을 하는 공공서비스 계통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연봉이 불만이라면 금융권을 노리는 게 좋은데 경쟁률이 높으므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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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종의 소프트웨어 분야는 비교적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팀을 짜서 하지만 대체로 개인별로 개발하고 서로 엮일 일이 별로 없다. 매일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개발을 해야 하므로 야근도 많은 편이다.


금융권은 여러 업종 중에 가장 보수적이다. 자기들 스스로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보수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계가 대부분 정장을 입고 일하는 것도 그들의 자부심과 고정관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은 상하 관계가 강하고 인력 변동이 별로 없는 편이다. 금융권 안에는 법조, 전산, 회계, 대민서비스 등 다양한 직종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고 회사 자체로만 보면 공기업 다음으로 안정적이다.


공공 부문은 무사안일 성향이 강하고 근무환경이 비교적 낙후되어 있다. 민간 대기업의 경우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지원을 잘해주는데 공공은 그런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예산과 입찰에 의하므로 의자 하나도 마음대로 못 산다. 매일 비슷한 업무를 하므로 일이 어렵지는 않으나 반복되는 일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공공기관은 정원이 정해져 있어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따라서 한 사람이 멀티플레이를 해야 할 경우가 많고 같은 일도 까다로운 규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융통성 있는 업무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 외 민원처리, 감사 대응 등 본업 이외의 업무도 많이 있는 편이다. 회사 내 변화가 없고 인력도 정체되어 있어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능력 없는 상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을 잘 판단해서 공공부문과 어울리는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3. 무엇을 보고 회사를 고를 것인가?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회사를 고르는 세 가지 기준인 일, 사람, 연봉 중에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는 연봉인데 여기에는 꼼수가 많이 숨어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어디까지를 연봉으로 볼 것이냐가 회사마다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당 종류가 많은 나라는 더욱 그렇다. 사실상 연봉인 것을 명목상 연봉 외 수당으로 해놓은 경우도 있고 연봉이 아닌데도 연봉처럼 표시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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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기업들의 연봉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기업들은 고액 연봉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으므로 최대한 낮게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단순 수치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공기업이라고 해서 연봉이 높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실적과 하는 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공공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바라면서 돈은 쓰지 않겠다면 그것은 놀부 심보나 다름없다.


예전에 은행이 영업시간을 단축하자 연봉은 많은데 근무시간이 짧다고 비판 여론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돈이 땅을 사니 배가 아픈 것과 같다. 누구라도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더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게 비록 소수라도 축복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 것이다. 그런 소수도 없고 전부 다 힘든 환경에서 일한다면 결국 누구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내가 받지 못하는 혜택이라도 정당한 것이라면 도입하는 것이 맞다.


공개된 연봉은 기본 연봉과 수당, 성과급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과급은 연봉에 포함하지 않지만 성과연봉이라고 해서 포함하는 곳도 있다. 보통 연봉은 기본급만 가지고 계산하므로 성과급이 빠지면 적어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회사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의 보수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실제 연봉을 계산해야 한다.


또 하나 연봉에 숨어있는 함정은 상승률이다. 이것은 일종의 조삼모사인데 어떤 회사는 신입 연봉을 엄청나게 높여놓고 승진 기회가 적어 인상이 거의 안 되고 어떤 회사는 신입 연봉은 낮지만, 근무 기간이나 직급과 연계해 연봉이 상승할 수 있도록 구조가 되어있다. 이것은 회사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자주 간과하는 내용이다.

만약 신입 연봉이 4천만 원인데 평균 연봉이 5천만 원인 회사가 있고 신입 연봉은 3천2백만 원인데 평균 연봉이 6천만 원인 회사가 있다면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할까?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지만 신입 연봉만 보는 사람은 전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럼 평균 연봉만 보면 될까? 평균 연봉에도 함정이 있다. 그 회사의 직급 분포, 인력 구성을 잘 봐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어떤 회사는 전문직이 많은데 전문직은 변호사, 박사 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쓸데없이 평균 연봉이 높아서 눈을 속이게 된다. 당신이 변호사, 박사가 아니라면 평균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소용이 없다.


또 어떤 회사는 정규직 연봉은 높은데 연봉 계산 시 비정규직이 대거 포함되어있어 평균 연봉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래 비정규직은 평균 연봉 계산할 때 제외하지만 회사 성격상 그렇게 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연봉과 함께 회사 인력구성 정보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이다.


4. 어느 정도 레벨의 회사를 원하는가?

레벨이라는 것은 회사의 질적 수치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인지도 부터 사회적 위상, 존경도, 친밀감까지 다 해당한다. 삼성이 브랜드 네임밸류로는 좋은 편인데 단적으로 삼성에서 제일 안 좋은 계열사를 다녀도 일반 사람들은 다 같은 삼성에 다니는 줄 안다. 그게 현실이다. 결혼하거나 강연을 하러 가더라도 그런 타이틀이 도움이 된다. 일반 사람들은 어느 계열사가 좋고 나쁜지 계열사 간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브랜드만 본다. 실제로는 같은 그룹 내에서도 계열사마다, 사업부 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당신도 이직할 때 그런 브랜드만 보고 회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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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요한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의 레벨을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불만이 많아서 이직하는 것이겠지만 중립적 입장에서 지금 다니는 회사의 레벨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레벨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평판

2. 경제적 레벨(연봉, 복지)

3. 장래성


이 세 가지를 놓고 이직할 회사의 레벨과 비교해보면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도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직할 회사가 지금 회사보다 높은 레벨에 해당하는지 봐야 한다. 이 기준을 다 통과하는 회사들을 놓고 이직을 고민하면 된다.


회사 레벨과 관련하여 회사가 홍보하는 내용에 속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들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한해 수십억의 광고를 쏟아 붓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광고가 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질이다. 삼성이라는 큰 브랜드가 아닌 당신이 다닐 계열사와 부서를 봐야 한다. 그에 대한 정보가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브랜드만 가지고 추상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의 위상도 봐야 하는데 같은 대기업이라도 시장에서 1위하는 회사와 2위하는 회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하는 방법, 사람 다루는 방식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조금 쉽다고 해서 덥석 2위 회사에 뛰어들면 안 된다. 어지간한 손해를 보더라도 1위 회사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2위 회사는 2위인 이유가 있다. 1위인 회사에 들어가서 일류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게 낫지 시작부터 이류가 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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