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퇴사일기 17화

이직 준비하기(서류전형) 1

퇴사일기 #17

by 키르히아이스

이직을 결심했다면 이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해 맞춤형 준비가 필요한데 채용 공고가 난 다음 시작하면 늦는다. 회사마다 요구사항이 다르고 별 희한한 걸 요구하는 회사도 있어서 사전 준비는 필수이다. 한 회사가 일 년에 수십 번 채용공고를 내는 게 아니므로 평상시 채용공고를 보고 필요한 사항을 미리 갖춰놓아야 한다.


보통 대기업은 상하반기 나눠서 모집하는데 연초에 업무를 시작하는 걸 생각하면 3월 이전에 모집하고 추석 후에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생이 그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많아야 일 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는 얘기이다. 계열사별로 비정기적으로 모집하는 것까지 합하면 기회는 더 많겠지만 메이저 계열사의 정기공채는 자주 있지 않다.


요즘엔 인턴이라는 제도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아주 불리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취업을 해도 계속 취업 준비를 하게 만들며 사람을 철저히 을로 살게 하므로 근로자에게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인턴을 시켜놓고 3개월간 실컷 부려먹은 뒤 평가가 안 좋으니 나가 달라고 하면 당사자는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눈치 보지 않고 스마트하게 자기 일을 한다. 그런 친구들이 회사에 오자마자 을로 전락하는 모습은 선배로서 미안하고 어떻게 해줄 도리도 없어 안타까웠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계약직이란 조건으로 장기간 근무를 하게 만들고 정작 정규직 전환은 희망 고문만 하는 일이 많이 있다. 예전에 내가 본 어떤 회사는 인턴 기간이 무려 1년 이상인 곳도 있었다. 그 기간을 다 채워도 정규직 전환이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월급은 일반 인턴보다 더 준다고 하지만 근무 기간에 다른 회사 지원할 기회도 잃어버리고 회사 일에 집중하다 보면 공부할 시간도 없다. 실컷 부려먹고 정규직이 되지 않으면 정말로 농락당한 느낌일 것이다. 이것은 구직자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용방식이다. 이런 일을 안 당하려면 채용공고 내용을 잘 판단해야 하는데 다음을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1. 현저히 불리한 조건의 채용은 절대로 응하지 마라.

특히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 전환 여부 결정 때까지 근무 기간이 길면 안 하는 게 좋다. 지금 당장 생계가 어려운 상태이거나 조바심이 있는 상태에서 별로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덜컥 계약직에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은 냉혹하다. 조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를 드물게 본 적은 있지만 부서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회사의 여유가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인턴 기간이 몇 개월도 아니고 6개월을 넘어가면 피하는 게 좋다. 현실에서 정규직 전환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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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미만의 기간이면 모르겠지만 그 이상 기회비용을 헌납하고 매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계약직이라는 것도 한번 하게 되면 그만두는 게 쉽지 않다. 힘들게 적응하고 일을 배웠는데 또 다른 데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면 계속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애초 채용공고에서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이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2. 합격 가능성과 채용과정의 용이성을 반드시 확인해라.

이직하기 위해서는 필기, 면접시험에 참여해야 하는데 회사원이 때마다 휴가 내고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채용공고를 잘 보고 합격 가능성과 채용과정의 용이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합격 가능성이 낮은 곳에 마구잡이로 지원해서 휴가만 날려서는 안 된다.


채용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봐야 한다. 휴가를 자주 낼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채용과정이 복잡한 곳은 피해야 한다. 경력직은 필기시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공기업들은 객관성, 공정성 때문에 필기시험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필기, 면접까지 두 번은 회사를 빠져야 하는데 둘 사이의 간격이 짧으면 부담이 된다.


이직은 재직 중인 회사 모르게 준비해야 하므로 갖은 변명을 다 해야 한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배우자, 자식 핑계라도 대지만 싱글인 경우 이것도 어렵다. 금요일도 아니고 생뚱맞게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휴가를 내면 의심받기에 십상이다. 가능하면 하루를 통으로 휴가 내지 말고 반차를 활용하여 급한 용무를 해결한다는 인상을 주면 그나마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다. 정기공채 필기전형은 주말에 많이 하지만 경력직 수시채용은 인원수가 적어 평일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다 고려해서 지원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메이저 공기업은 많으면 일 년에 두 번, 보통은 일 년에 한 번 정기 공채를 한다. 이 정기 공채에 기수가 붙어서 선후배가 형성된다. 공기업 신입사원 교육은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라서 일단 합격만 하면 그 뒤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대기업 채용은 상하반기에 있고 수시모집도 있다. 2, 3년의 경력을 가졌다면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해도 무방하다. 4년이 넘는 경력이라면 신입으로 지원하는 데 무리가 있다. 긴 경력이 걸린다면 차라리 대학원이나 유학을 통해 이력서를 한번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좋다.


경력직은 아무래도 수시모집이 많은데 공기업은 경력직 채용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기공채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대신 공기업은 나이를 별로 따지지 않는다. 30대 중반까지는 합격자를 본 것 같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그에 걸맞은 경력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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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모집과정은 서류전형→필기→1차 면접→2차 면접→최종 발표로 이어진다. 3차 면접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케이스이다. 경력직은 조금 더 단순하게 모집하는 편이다. 면접에 관해서는 다른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요즘엔 거의 모든 회사가 서류전형을 인터넷으로 하고 작은 회사들은 대행업체를 통해서 하므로 지원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서류전형이라는 게 그 회사의 전통이 담겨있다 보니 서류만 봐도 어느 정도 회사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메이저 공기업의 경우 이력서 양식이 8절지(B4)에 접수도 우편으로만 받았다. 간단한 자소서도 포함이 된 양식이었는데 B4를 인쇄할 프린터가 없어서 복사가게까지 가서 파일을 주고 특별한 프린터로 인쇄를 했던 기억이 있다. 80년대 얘기가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 회사가 언제까지 그런 이력서 양식을 유지했는지 모르지만 채용과정은 회사의 DNA와도 같아서 잘 바뀌지 않고 매우 보수적이다.


서류나 면접전형은 회사의 갑질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제부터 실전에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준비할 점을 짚어보겠다. 서류전형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소개서 등으로 나뉘는데 이력서부터 먼저 보자.


이력서는 회사별로 양식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있다. 좀 더 자세한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을 뿐이다. 어떤 회사는 도대체 채용에 이런 걸 왜 물어보나 싶을 정도로 호구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짜증이 나도 을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나 역설적인 것은 메이저, 신의 직장으로 인정받는 회사일수록 보수적이고 채용과정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만약 까다로운 이력서를 봤다면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최종 합격도 되지 않았는데 건강검진을 하거나, 신분 보증인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참 골치가 아프다. 이것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지인에게 연락하여 어렵게 신분 보증 동의를 받아야 했다. 지금은 개선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수적인 회사들은 이런 게 잘 개선되지 않는다. 자기들 멋대로지만 그래도 당신은 이 짜증을 이기고 승자가 돼야 한다.


이력서에서 중요한 부분은 학점과 토익, 자격증 부분인데 보수적인 공기업에서는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이런 점수로 수치화할 수 있는 항목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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