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18
“학벌과 성적은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학벌 인플레가 심해 80년대보다는 학벌의 영향이 줄었는데 중위권 이상의 대학이라면 크게 불이익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학벌 때문에 불이익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공공기관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지방대, 비명문대학도 서류 통과를 노려볼 수 있다. 이것은 공공기관이 공정성, 객관성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유지만 간부급 직원들이 대부분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학벌에 대한 차별이 덜한 편이다.
과거에는 구직자들이 공기업보다 대기업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인력 수준은 대기업이 더 높았다. 이것이 현재 공기업 내에서 신구 사원들 간의 대립을 낳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공기업이 모든 면에서 평등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핵심부서에 배치되는 기회는 은근히 학벌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성적은 내 경험상 최종 학점만 보고 무슨 과목을 수강했는지까지 보지는 않았다. 나는 학점 따기 어려워도 의미 있는 과목을 들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것을 어필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도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학점밖에 없으므로 성적관리는 중요한 대목이다. 모집인원이 많은 곳일수록 이런 수치 데이터로 필터링을 하므로 성적이 좀 떨어진다면 대규모 모집보다는 소규모 모집을,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노려보는 게 좋다.
경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재직 증명서(혹은 경력증명서)를 떼서 내야 하는데 이것도 좀 신경이 쓰인다. 여러 군데 지원하려면 여러 장 떼야 하는데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 반드시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가 되어있지 않으면 복사본을 제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경력증명서를 뗄 때 큰 회사들은 전담직원이 있어서 금방 처리해주지만 작은 회사들은 그런 것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발급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직원일 경우 좀 껄끄러운 경우도 있다. 경력직 모집에는 상세한 경력증명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경력증명서는 별로 자세하지가 않다.
결국 당신의 경력 대부분은 입으로 설명해야 한다. 퇴직한 회사의 경력증명서는 그 회사 인사팀이나 행정팀에 연락해서 받을 수 있다. 나는 이 제도도 좀 바뀌었으면 하는데 어차피 다녔다는 증빙만 필요하다면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을 통하거나 별도의 국가기관에서 등록제도가 있어서 언제든 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고 퇴사한 지 몇 년 지난 회사에 다시 연락하기도 껄끄럽고 귀찮은 일이다.
"서류전형에 제출된 서류는 전부 다 보는 걸까?"
내 생각에 전부 다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큰 회사인 경우 지원자가 많을 때는 2, 3만 명이 되는데 이 서류를 다 보고 비교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마도 필터링 과정이 있을 텐데 그래서 기본적인 스펙은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회사가 다운사이징을 통해 스텝 부서의 인력을 최소화해놓았다. 대단해 보이는 회사도 인사팀에 가면 4, 5명이 고작이다. 이것은 현대화된 조직의 특성이기도 하다. 공정한 입사서류 평가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력서를 돌려봐서도 안 된다. 여러 사람이 각자 이력서를 평가하면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작 몇 명이서 수만 명의 서류를 다 읽어봐야 한다는 결론인데 불가능한 일이다.
이력서에 사진 넣는 부분은 간과하기 쉬운데 사진은 정말 한번만 제대로 찍어놓으면 10년은 쓸 수 있으니 아무리 귀찮아도 단정한 차림새로 한 장 찍어둘 필요가 있다. 외모가 합격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개념 없이 찍어도 되는 것도 아니다. 사진 준비도 안 하고 있다가 허겁지겁 서류 마감일이 되어 아무 사진이나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탈락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서류는 어차피 하나를 보고 열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잘생겼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어도 이미지가 어떠냐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외모가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러나 실제 회사에 들어가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외모는 사람의 선입견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면접 등 심사과정에서 나머지 요소들로 외모에서 부족한 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면접에 떨어지면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일을 하고 실적을 내야 하는 곳이다. 면접관들도 어차피 자기가 데리고 일해야 하는 직원들을 뽑는 자리란 걸 안다. 면접장은 연애할 사람 찾는 자리가 아니다. 예쁘고 잘생겨서 보는 게 기분 좋을 수는 있어도 일에 도움이 안 되면 아무 소용없다.
회사는 영업을 해야 하고 실적을 올려야 한다. 실력을 갖추고 나서 외모가 된다면 좋겠지만 실력 없이 외모만으로 발탁되기는 어려우며 모든 능력이 갖춰졌는데 외모 때문에 탈락하기도 어렵다. 드라마, 영화와는 다르다. 현실이 그렇게 비논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청결함, 단정함을 갖추고 자기관리에 문제가 없다면 외모 때문에 떨어질 일은 별로 없다.
실제 회사에 다녀보면 외모로 뽑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외모가 중요한 직종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거기서도 일단은 실력이 되고 나서 외모가 작용할 수 있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업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므로 여기서 직원의 실력이 안 되면 회사 브랜드가치가 곤두박질치게 되어있다.
외모가 100%는 아니라는 것이지 외모가 아무 역할도 안한다는 것은 아니다. 키 큰 사람이 농구에서 유리하듯이 우리 삶에서 태생적인 능력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만 가지고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외모에 대해 역설적인 논리 구조가 있는데 인간들은 외모가 좋은 사람을 보면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의구심을 품도록 의식구조가 되어있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 속에 포함된 시기심, 자기합리화, 방어기제가 모두 포함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쁜 사람을 보면 공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을 보면 연애는 못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도 고정관념의 하나인데 만능인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납득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리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을 납득한다면 자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에게 ‘저 사람은 공부는 못할 거야.’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외모를 갖추었다 해도 실력을 갖춰야 그 외모가 빛날 수 있다.
일을 못 하면 회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회사는 직원을 외모만 보고 뽑을 수가 없다. 비슷한 능력이면 외모로 뽑지 않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면접까지 완벽히 똑같은 점수를 받은 경우에나 외모가 작용할 여지가 있지 일반적으로는 그럴 일이 없다. 만약 외모지상주의가 그렇게 걱정되면 남보다 뛰어난 자신의 무기를 만드는 데 더 힘을 쏟는 게 낫다. 성공한 사람들도 자신만의 난관이 다 있었다. 그걸 뚫고 얻어내야만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평생 남 탓해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고 세상 탓해봐야 내 처지는 바뀌지 않는다.
서류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자격증, 경력, 취미 등인데 이것으로 여러 가지를 판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자료들이 일관성 있게 당신을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논리적 오류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몸은 건강하다는 데 군대는 면제이고 어릴 때부터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데 자격증이나 경력이 하나도 없다면 곤란하다.
IT 전문가를 뽑는데 건설 자격증이 있다거나 증권 자격증이 있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자격증도 일관성 있게 따야 한다. 관련 없는 자격증은 아예 이력서에 적지 않는 것이 좋다. 취미도 마찬가지이다. 취미를 거짓말로 적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면접에서 이것을 검증할 수도 있다. 특히 남자는 군 미필인 경우 사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 헬스가 취미인데 군 미필이라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류에서 미심쩍은 것은 면접 과정에서 물어보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로 이력서를 써서는 안 된다.
독서가 취미인 경우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한 질문이 나올 수 있고 일본어를 잘한다고 할 경우 오늘 면접에 참여한 각오를 일본어로 말해보라는 지시를 받을 수 있다. 절대 이력서의 취미, 특기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나 역시 면접에서 노래도 불러봤고 치어리딩 율동하는 사람도 봤다. 서류는 무조건 진실해야 한다. 회사와의 첫 소통이므로 여기에 거짓이 담겨서는 안 된다.
경력자는 이력서에 경력을 적을 때 회사 업무와 관련한 것으로 적어야 한다. 전혀 무관한 내용을 많이 적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경력은 다른 항목에 비해 어필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되도록 자세히 적도록 한다. 면접에서 경력 관련 질문이 나올 것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도 있다. 요즘엔 너나 할 것 없이 스펙은 다 갖춰 오므로 나만의 특별한 스펙이 필요한데 그것이 경력, 경험이다. 서류 평가하는 사람의 기억에 남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서류조차 보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봤다면 잊지 못하게 적어야 한다.
내가 특히 추천하는 것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어필이다. 이것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 인연이나 참여 경험을 적는 것이 좋다. 특히 그 회사에서 주최하는 전시회, 교육, 대회에 참가한 이력은 매우 좋은 스펙이 된다. 공기업 같은 경우 다양한 교육이나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면 진정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게 된다. 물론 면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경험이나 적는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주최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에서 자기 사업 분야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언제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평소에 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력서를 쓰고 나면 이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자기소개서는 작문이므로 처음 써보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여러 번 반복해서 쓰다가 하나의 틀이 잡히면 그때부터 쉬워진다. 자기소개서에서 자기소개, 특기, 경력 사항 등은 버리지 말고 계속 보완하면서 다른 회사 지원할 때 재활용해야 한다. 회사가 다르다고 내 특기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한번 잘 써두면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요즘 자기소개서 쓰기가 거의 소설 한 편 수준을 요구해 많은 구직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갑의 횡포라고 해도 너무하다. 2천 자가 넘는 항목을 몇 개씩 써야 하고 질문 또한 이게 도대체 채용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은 것들도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대처하는 요령이 바로 지금까지 쓴 자기소개서를 버리지 말고 보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기소개서 항목을 매년 바꾸지는 않는다. 그리고 회사끼리 겹치는 항목도 많다. 거부할 수 없는 갑질에는 요령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기소개서를 데이터베이스처럼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면 여러 회사 서류전형을 거치는 동안 수차례 수정을 거듭한 결과 몇 달 후 당신의 자기소개서는 거의 이백, 두보 급의 명문장이 된다. 읽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스펙이 화려하지 않다면 자기소개서라도 이 정도가 돼야 수천 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든 자기소개서를 백지상태에서 쓰려고 하면 너무 어렵다. 회사는 떨어졌어도 내가 작성한 서류는 잘 챙겨서 후일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
보통 자기소개서는 분량을 정해주지만 가능하면 간략하게 쓰는 것이 좋다. 많이 써봐야 읽는 사람에게 부담만 줄 뿐이다.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서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이런 요령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나중에 깨달은 부분이 많아서 손해를 봤다.
경력자는 경력을 소개하는 서류를 따로 요청받을 수 있는데 이것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계속 보완하면서 갈고 닦아야 한다. 가능하면 상세하게 쓰고 지원회사에서 솔깃할 만한 내용으로 써야 한다. 웹사이트 관련 회사에 지원하면서 게임 개발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안 된다. 경력 사항은 면접에서 질문으로 나올 것을 생각하고 써야 한다.
서류전형이 시작되면 일단 모든 서류를 작성해서 입력해두고 마감 시한까지 최소 두 번은 더 살펴봐야 한다. 글이라는 것은 전문 작가가 써도 제일 처음 쓴 버전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일반인이 쓴 자기소개서가 쓰자마자 좋은 문장일 리는 없다. 그러므로 처음 작성해두고 다음 날 수정하고 마감하는 날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필기, 면접으로 넘어가는데 몇 배수로 합격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약간 다르다. 서류 합격자가 많으면 합격의 의미도 그만큼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필기시험이 있는 곳은 서류 합격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필기시험이 서류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마음을 새로 다져야 한다. 필기시험은 공정성을 가늠하는 척도이므로 비중이 높다. 서류에서 아무리 좋은 평을 받아도 필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의미가 없게 된다.
필기가 없는 곳은 소수의 서류 합격자가 면접으로 직행하는데 회사마다 면접 대상자 수를 다르게 정한다. 10배수로 하는 곳도 있고 3배수로 하는 곳도 있다. 서류합격자를 많이 늘리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에 묶여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원자 입장에서는 합격 가능성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좋을 게 없다.
서류 합격자가 많을수록 면접일에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면접관들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서류 합격자가 많다는 것은 서류보다 면접 비중이 높다는 것으로 채용 프로세스 전반이 그리 체계적이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서류에서 거를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뜻).
서류에서 불합격하면 금방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 없다. 특히 경력직은 더욱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직하는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다시 구직 전선에 나선 것인데 감각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므로 초반 실패에 굴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당신이 가야 할 회사는 한 곳이다. 빨리 합격한다고 좋은 회사에 가는 것도 아니다. 한 곳만 제대로 된 곳에 합격하면 되기 때문에 몇 번 탈락하든 개의치 말고 다음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러 곳의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다. 불합격한 곳이 훨씬 많았지만 좌절한 적은 없다. 실패해서 좌절하는 게 아니라 좌절해서 실패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 용기를 가지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배우고 연습해도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만 못하다. 여러 곳에 떨어지고 나면 분명히 좋은 실전 경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나는 잘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끝까지 해보자.